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3-05 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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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회사의 기업회생절차 돌입과 관련해 분노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회사의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 돌입에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보다 기업회생절차를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질 가능성에 더 불안해하고 있다.
5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4일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해 이뤄진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관련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홈플러스 산하 노조 가운데 하나인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노조와 대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듯 비밀리에 모든 것을 집행했다”고 일갈했다.
홈플러스지부는 “회사는 ‘정상영업 유지’라는 모호한 입장 이외에 구체적 사유와 계획을 밝히지 않아 조합원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3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고 회사의 답변에 따라 집회나 파업 등 공동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의 다른 노조인 홈플러스일반노조 역시 회사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무책임한 행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서울회생법원을 찾은 홈플러스의 공동대표 김광일은 모든 책임을 법원으로 전가했다”며 “(홈플러스 주인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관심사는 처음부터 홈플러스의 미래와 조합원, 고용안정 및 보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지부는 회사가 왜 예고도 없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판단한 것인지를 놓고 경영진에 이유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4일 공문을 발송하면서 14일 오후 5시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 2021년 6월16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폐점매각 중단, 고용안정 대책, 투기자본 규제를 촉구하며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집단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홈플러스는 4일 오전 언론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직전 노조에 이런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짤막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지부는 상급단체인 마트산업노조 관계자와 변호사, 회계사 등과 함께 회사의 기업회생절차 도입과 관련한 대응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회사의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인력 감원과 같은 강제 구조조정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노조는 의심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업을 정상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런 절차 속에서 법원이 홈플러스의 일부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2009년 2월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뒤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전체 인력의 36%에 이르는 2646명을 감원하는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인력을 줄이지 않는 대신 임금 삭감 같은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수조 원대 영업손실을 보던 2016년 주채권은행에 자금을 빌리기 위해 자구안을 짜면서 임원뿐 아니라 생산직과 사무직 직원의 급여를 10~20%씩 삭감하는 내용을 포함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부터 전 직원을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하도록 하기도 했다.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안의 성격이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놓고 반발하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는 셈이다.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노조 안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은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외부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지부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MBK파트너스의 하수인 격인 현 공동대표 체제를 (사실상) 법정관리인으로 유지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며 “회생 과정에서 매장 폐점과 자산 매각, 대량 해고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 높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개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영 인력만 2만 명인데다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5만 명가량 되는 인력의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공공자금 투입과 MBK파트너스의 책임 강제 등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은 여파를 만들어내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이유로 들었던 신용등급 하향(A3→A3-)은 회생절차가 시작된 직후 D등급으로 더 떨어졌다. D등급은 사실상 차입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환불능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놓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홈플러스 입점 점주방(대금미지급)’이라는 이름의 방도 개설돼 있다.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전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보통 끝까지 하다하다 못해 마지막에 가서 하는데 그 때문에 회생을 통해 성공적으로 졸업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저희가 (기업회생절차에) 빨리 들어간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