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전 라면 업계 1위 자리를 농심에 내준 삼양식품이 생산능력 확대와 해외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농심 매출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삼양 불닭볶음면 제품 이미지. <삼양식품> |
[비즈니스포스트] 공격적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양식품이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3년 안에 매출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불닭)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의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40년 전 농심에 업계 1위 자리를 내 준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몸집을 키워 매출에서도 농심을 앞지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내년 2조1608억 원, 2026년 2조59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24.9%, 20.0% 증가하는 것이다.
2027년 이후에는 삼양식품의 현재 진행 중인 공격적 증설투자에 힘입어 회사 매출이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2025~2027년 생산능력 증설을 통해 매출액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의 공격적 생산능력 확장 행보가 이런 전망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면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2년 5월 밀양공장을 준공, 지난해 3월 밀양2공장을 착공했다.
작년 12월에는 밀양2공장이 준공되기도 전에 2027년 1월까지 중국 현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수출 대표 제품 불닭 브랜드 수요에 관한 자신감이 묻어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삼양식품의 연간 면류 생산 능력은 원주공장 9억7천만 개, 익산공장 3억6천만 개, 밀양1공장 6억1천만 개 등 약 19억4천만 개다.
삼양식품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장 문을 닫고 현지 법인을 철수한 뒤 지금껏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해왔다. 올 6월 연간 6억9천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이 문을 열면 26억3천만 개로 생산능력이 35.5%, 연간 8억2천만 개 중국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34억5천만 개로 생산능력이 77.8% 늘게 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연간 영업이익 3442억 원을 냈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 1631억 원의 2배를 넘어선다. 다만 지난해 삼양식품의 매출은 1조7300억 원으로 농심(3조4387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에서 힘을 키운 삼양식품이 확장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매출에서도 농심을 앞지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77%를 기록했는데 그 중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에서 가장 많은 28%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 최대 시장인 중국(28%)을 근소하게 앞섰다.
삼양식품은 중장기 미국 시장 매출 목표를 1조 원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3900억 원 수준이었다.
다만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역별 매출 목표를 정확한 숫자로 확인하긴 힘들다”며 “미국 판매 법인의 매출 목표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 해외 소비자가 '불닭' 브랜드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 <삼양식품> |
삼양식품은 중국 신공장 생산 물량은 전량 현지 수요 대응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년 뒤 삼양식품이 중국 공장을 가동하고 전체 해외 매출의 28%에 달하는 중국 수요를 현지에서 충족하게 되면 올해 문을 여는 밀양2공장은 미국 등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지역 수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닭 한 봉 기준 국내에서 1500~1600원 수준인 불닭면은 미국에서 약 1.7달러(약 2480원) 수준에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수출 물량 생산 위주의 경영 전략과 증설을 통한 해외 판매 증가, 미국·유럽 등 고마진 국가로의 수출 비중 증가에 따른 ASP 상승으로 음식료 업종 내 실적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이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안착한 농심과 비교해 주류(메인스트림) 판매 채널이 아직 넓지 않은 점도 현지 성장성을 밝히는 지점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 입점을 완료했지만 코스트코 입점률은 약 50%, 크로거, 타겟, 샘스클럽 등 다른 마트 채널 입점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박 연구원은 “삼양식품 미국 법인 매출에서 코스트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며 “앞으로 불닭볶음면의 신규 채널 입점에 따른 매출 성장 여력이 많은 남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신공장 증설에 앞서 미국 판매 채널을 지속 확대하며 현지 시장을 다지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판매 법인이 서부인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하고 있어 서부지역부터 시작해 중부지역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며 “빠르게 현지 마트 입점률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원조업체로 1980년대 중반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으나 1982~1986년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 잇달아 히트 상품을 내놓은 농심에 1985년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