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이 차세대 뱅킹시스템 도입을 발판으로 올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는 국민은행의 해외 핵심 자회사인데 대규모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20년 KB뱅크를 인수한 뒤 수기 중심의 업무 시스템과 데이터 전산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와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가 2025년 2분기 초 차세대 뱅킹시스템 도입을 완료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를 포함 인터넷뱅킹과 오프라인 지점 등의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 KB뱅크 >
4일 KB뱅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2분기 초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뱅크는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당국과 시스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열 KB뱅크 법인장은 “이번 시스템 도입은 단순한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미래금융 서비스로 도약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이를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해가겠다”고 말했다.
KB뱅크는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오프라인 지점 등 다양한 영업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고객 서비스 개선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심사 등 여·수신 업무 전반의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속도와 편의성 향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바탕의 여신 상품과 서비스 영역 확장, 정보보안과 위험관리 시스템 강화 등도 기대된다.
KB뱅크가 올해를 흑자전환 등 경영 정상화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는 점에서도 이번 시스템 도입은 의미가 크다.
핵심 업무 비용 효율화와 시장 경쟁력 확대를 위한 기초 인프라 구축이라는 선결과제를 드디어 해결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KB뱅크 차세대 뱅킹시스템 도입은 2021년부터 4년 넘게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시스템 개발에 투입한 자금만 1천억 원 규모다.
KB뱅크는 그동안 대출심사 승인과정과 대출 실행일과 만기일, 기준금리 이자계산 방식 등 여신 작업이 모두 수기로 관리돼온 만큼 관련 데이터 부실과 불완전성으로 시스템 개발이 지연돼왔다.
지난해에는 시스템 개발 용역업체를 바꾸면서 기존 업체에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논란으로 잡음도 일었다.
이에 따라 KB뱅크의 경영 정상화 작업도 차질을 빗을 수밖에 없었다.
KB뱅크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모태로 한다. KB국민은행이 2018년과 220년 지분 약 67%를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할 당시부터 부실은행이었다.
KB국민은행은 KB뱅크 인수 뒤에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감행하면서 1조6천억 원 규모를 투입해왔다. 하지만 KB뱅크는 아직까지 해마다 적자를 내면서 전체 해외사업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인도네시아 KB뱅크의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2025년에는 흑자전환을 해내겠다고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밝혔다.
KB국민은행으로서는 KB뱅크 경영정상화에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 KB뱅크는 2025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KB뱅크는 올해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실자산 정리 외에도 공격적 사업 확장 등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뱅크는 KB국민은행이 인수한 첫 해인 2020년 연간 순손실 434억200만 원을 보였다. 그 뒤 2021년(2725억2600만 원)과 2022년(8020억8400만 원)에는 순손실 규모가 더욱 크게 늘어났다.
이에 KB국민은행이 추가 자금투입과 부실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2023년 순손실을 2612억6300만 원 규모로 줄였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 4300억 원을 내면서 다시 손실이 증가했다.
다만 재무실적과 건전성 양쪽에서 긍정적 지표들도 나타나고 있다.
KB뱅크는 2024년 말 기준 순이자이익이 9천억 루피아(약 801억 원)를 넘어섰다. 2020년 KB국민은행에 인수될 당시(약 4천억 루피아)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0.6%에서 1.3~1.4%로 높아졌다. 자기자본비율은 12%에서 16%로 상승하면서 성장여력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자산건전성부분에서는 부실자산비율(LCR)이 2020년 65%에서 지난해 기준 23%로 감소했고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은 90%에서 147%로 높아져 규제 기준을 넘어섰다.
유동성 커버리지비율은 은행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올해 글로벌사업 안정화와 경영관리 체계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 KB뱅크의 경영성과 개선을 통해 글로벌사업 자생력을 구축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