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5-03-04 16:16:02
확대축소
공유하기
▲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가 4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4일 오전 10시, 69년 동안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주식거래 독점체제가 막을 내렸다. 첫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했다.
한 시간 전인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선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이 열렸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 사장은 환영사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
“우리 자본시장 밸류업과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설립부터 이어진 대한민국 주식거래의 역사가 '밸류 업'을 향해 크게 방향을 트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새 거래소의 차별화된 ‘편의성’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았다.
거래시간 연장이 대표적 편의성 강화 정책이다. 넥스트레이드 출범과 함께 출근 전, 퇴근 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만 가능했던 주식거래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늘어났다.
낮은 수수료 정책도 주식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늘릴 요인으로 꼽힌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최대 40% 낮은 수준까지 인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다음달 30일까지 모든 거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넥스트레이드의 이러한 수수료 정책에 맞춰 증권사들도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4일부터 거래 금액 구간별로 다르던 주식 매매 수수료율을 통일했다. 또 한국거래소에서 체결된 주문은 0.147%, 넥스트레이드에서 체결된 주문에는 0.146%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0.001%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보이지만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넣어야하기에 거래 물량 확보를 위해 두 거래소가 수수료 인하 경쟁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 4일 10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가 시작됐다. 사진은 첫 거래 기념행사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개장식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밸류업 관련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축사에서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의 밸류업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복수거래소는 밸류업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며 “자본시장선진화와 밸류업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된 것과 관련해 재밌는 반응도 나왔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축사에서 “넥스트레이드 출범은 거래소의 69년 독점을 깬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정은보 (한국거래소)이사장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돼)직원들로부터 한소리 듣지 않으셨냐”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증권시장에서도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밸류업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4일 현재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코스피 시장의 S-Oil, LG유플러스, 제일기획, 롯데쇼핑, 코오롱인더 등과 코스닥 시장의 와이지엔터, 에스에프에이, 동국제약, 컴투스, 골프존 등 모두 10개다.
이날 3시43분 기준 이들 10개 종목의 주가 변화 평균치는 0.36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4종목, 하락 6종목이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0.15%와 0.81% 하락한 것을 고려할 때 넥스트레이드 거래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려 수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국제약은 애프터 마켓(3시30분 이후 거래)에서 상승 전환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점유율 규제가 밸류업 강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넘어서거나 단일 종목에서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이 30%를 초과할 경우 거래가 중지되는 점유율 규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넥스트레이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학수 대표는 1965년 생으로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쳤다. 2022년 넥스트레이드 설립 당시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운영해왔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