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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국에 1천억 달러 태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관세 압박에 고심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5-03-04 15: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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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국에 1천억 달러 태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관세 압박에 고심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미국에 1천억 달러(146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투자 전략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반도체를 모두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기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도 마이크론과 같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을 일부 미국에서 생산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만 TSMC가 미국에 새로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천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가 나온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등에 파운드리 생산라인 3개와 패키징 라인, 연구개발센터 2개 등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지난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번 1천억 달러 투자 발표로 TSMC의 미국 설비 투자액은 165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TSMC는 최근 애리조나 1공장에서 4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고, 애리조나 2공장은 2027년 3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3공장은 2027년 말부터 건설할 예정인데,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TSMC 투자 발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며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4월2일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의약품 등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발표할 수 있다고 예고하자,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위협은 단순한 협상카드가 아닌 실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기존 예고했던 캐나다, 멕시코 대상의 25% 관세도 이날 오전 0시1분을 기점으로 발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관세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기업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반도체 패키징 생산설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전량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국제 표준에 따라 일정한 규격으로 양산해 대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에 비해 가격 변동에 훨씬 더 민감하다.

즉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에 수요가 더 크게 줄어줄 수 있는 것이다.

해외 IT매체 새미팬스는 “트럼프가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메모리반도체 매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결국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 투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TSMC 미국에 1천억 달러 태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관세 압박에 고심
▲ 미국 아이다호에 위치한 마이크론 사옥. <마이크론>
마이크론도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60% 이상은 대만 공장이 담당한다.

하지만 미국 버지니아주에 D램과 낸드 생산 기지를 갖추고 있다. 또 뉴욕과 아이다호에 1250억 달러(약 180조2천억 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같은 설비 투자로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61억4천만 달러(8조4300억 원)의 반도체 보조금도 받게 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관세 영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도 HBM과 같은 일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5세대 HBM인 HBM3E와 같은 제품은 주요 고객사가 미국 빅테크인 만큼, 관세 유무에 따라 향후 HBM 수주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2026년부터 아이다호 공장에서 첨단 HBM 생산라인을 가동, 엔비디아와 AMD 등으로부터 수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미국 정부가 한국 메모리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엔비디아나 AMD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신 마이크론을 선택할 수 있다”며 “마이크론이 빠르게 미국에서 생산량을 확장할 수 있다면, 관세는 마이크론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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