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3-04 14: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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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의 '입'과 '시장'이 실시간으로 연동된 느낌을 줄 정도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리는 첫 가상자산 서밋(크립토 서밋)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특정인의 발언에 그때그때 반응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2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전략 비축 추진을 지시했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인스타그램>
4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언급한 ‘가상화폐 전략적 비축’ 관련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시장에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가상화폐 비축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실무 그룹이 엑스알피(XRP, 옛 리플), 솔라나(SOL), 에이다(ADA)를 포함해 가상화폐 전략 비축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약 8%, 이더리움 가격은 약 10%, 솔라나 가격은 약 23% 상승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캐나다, 중국 등을 대상으로 한 관세 정책 유지를 발표한 뒤 올랐던 가상화폐 가격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급격히 하락했다.
외신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25%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수입품 대상 관세도 이전 언급한 10%에서 20%로 인상한다고 재차 말했다.
이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약 8%, 이더리움 가격은 약 10%, 솔라나 가격은 약 12% 급락하며 전날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세계적 ‘관세 전쟁’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시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 대상 국가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다른 국가 대상 관세 부과와 실업률, 금리 변화와 같은 거시 경제 불안정은 가상화폐와 같은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하고 급락하는 가상화폐 시세에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기준 공포탐욕지수는 34.02로 나타났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지수가 낮아지면서 '공포'가 우세해진다.
공포탐욕지수는 가상화폐 데이터 제공회사 얼터너티브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를 계량화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7일(현지시각) 백악관 주도로 열리는 첫 번째 ‘크립토 서밋’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전문가들은 7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크립토 서밋과 2월 미국 실업률 통계 발표 등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가상화폐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서밋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고 미국 백악관 가상화폐 및 AI ‘차르’로 불리는 정책 담당자 데이비드 삭스가 의장을, 가상화폐 정책 실무 그룹을 이끄는 보 하인즈가 관리 전반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가상화폐 전략자산 비축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7일 알려질 더 명확한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벤자민 쉴러 가상화폐 전문가는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아침 언급한 내용은 대략적일 뿐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다”며 “실제로 추진되는 방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은 미국 투자은행 TD은행이 남긴 투자메모를 인용하며 “투자자들이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경고한다”며 “세부 실행 가능성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7일 크립토 서밋에서 발표되는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7일 크립토 서밋을 제외해도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이 지금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이프는 7일 크립토 서밋뿐 아니라 미국 2월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공개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코인게이프는 “7일 미국 2월 실업률 등 고용 지표가 발표되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연설도 예정돼 있다”며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에는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 인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크립토 서밋까지 고려하면 7일이 가상화폐 가격 상승 랠리의 시작점이 되거나 가격 하락으로 끌어내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