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동 걸린 척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시동이 걸리게 되는, 의욕있는 사람인 척 행동하다보면 정말로 의욕이 생기면서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 Kevin Grandison > |
[비즈니스포스트] 벌써 3월이다. 맙소사. 2025라는 숫자보다 2024라는 숫자가 아직 더 익숙한데, 어느 새 열두 달 중 두 달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는 핑계가 없다. 시작해야 한다. ‘내년부터 해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내년은 어느 새 올해가 되었고, ‘한국인의 새해는 구정 이후부터지’ 라고 생각했는데 “해피 루나 이어(Happy lunar year)”를 맞이했다.
이제 믿을 구석은 3월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새학기가 시작된다. 1,2월은 연습게임 또는 워밍업이었을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런데 시동이 걸리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의욕이 좀 있어야 행동을 할텐데, 의욕이 도무지 나지 않고 귀찮기만 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또 간다. 기분은 점점 더 안 좋아진다. 시간을 계속 낭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의욕은 더 생기지를 않는다. 악순환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동이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시동이 계속 걸리지 않는다면 일단 시동 걸린 척이라도 해보자. 우리는 흔히 ‘마음이 내킬 때’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욕과 의지가 생겨야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어야 업무에 비로소 착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일 때도 많다. 행동이 의욕을 지배할 수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줄이기 위해 행동에 맞춰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즉,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야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그에 맞춰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동 걸린 척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시동이 걸리게 되는, 즉 마치 의욕있는 사람인 척 행동하다보면 정말로 의욕이 생기면서 그 행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 비결에는 도파민이 있다.
일단 행동을 먼저 하면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동기가 생기고 의욕과 의지로 이어진다.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되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공부를 ‘어떻게든’ 시작하면 점차 더 집중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행동에는 보상이 주어지면서 동기가 다시 강화된다.
그렇다면 시동 걸린 척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
일단 제대로 에너지가 충전된 상태가 아니므로 너무 거창한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어차피 그럴 수도 없다. 아주 작은 것부터 쪼개어서 시작해야 한다.
운동의 경우, 먼저 운동복만 입어보자. 공부의 경우, 일단 물 떠놓고 책상 앞에 앉아보자. 업무의 경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문서 파일 딱 하나, 또는 이메일 하나만 딱 열어보자. 거기까지만 한다고 생각하자.
의욕이 꼭 행동의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나는 이걸 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개념(self-concept)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니, 3월이 된 김에 한번 움직여보자. 시작하기 이보다 좋은 달은 없다.
일단 뭐라도 하다보면, 어느 새 영혼을 담아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