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소비자·유통

'마! 너네 2병은 나 때 1병이야', 끝없이 낮아지는 소주 도수 '변천사'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5-03-03 06:0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마! 너네 2병은 나 때 1병이야', 끝없이 낮아지는 소주 도수 '변천사'
▲ 1924년 35도였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약 100년이 지난 지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비즈니스포스트] 35도 → 16도.

1924년 35도로 처음 출시됐던 소주가 100년이 지난 지금 절반 아래 알코올을 품고 판매되고 있다. 음주력이 수십년 된 50대 이상 애주가들 사이에선 요즘 소주는 소주도 아니라는 얘기도 종종 흘러나온다.

3일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한 세기에 반 이상 떨어진 소주 도수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1924년 진천 양조회사(현 하이트진로)가 처음 내놓은 증류식 소주 ‘진로’의 알코올 도수는 무려 35도였다.

요즘으로 치면 고량주 ‘급’을 40여년 동안 유지하던 소주 도수가 내려간 건 1965년 정부가 국내 증류식 소주 판매를 금지한 ‘양곡 관리법’을 시행하면서다. 

곡물로 술을 빚지 못하게 되자 저가 원료에서 만든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추가한 희석식 소주가 대세가 되면서 도수가 30도로 떨어졌다.

◆ 소주는 25도 공식 깬 영남권발 ‘순한 소주’ 돌풍, ‘참이슬’ 타고 수도권으로

1973년 소주 업계 1위 자리를 굳힌 진로가 25도 소주를 출시하고 후발 업체들이 따라가면서 20년가량 소주 도수는 이를 유지했다.
 
1990년대 중반에 성인이 된 50대 이상 애주가의 머릿속에 소주는 25도가 ‘국룰’이란 인식이 남아있는 이유다.

25도 소주 시대에 균열을 낸 것은 영남권 주류업체들이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무학은 1995년 25도 벽을 본격 무너뜨린 소주 ‘화이트’를 출시했다. 1990년대 초 무학의 월간 소주 판매량은 300만 병 수준이었으나 1996년 4월 화이트는 무학 소주 단일 제품 최초로 월 1천만 병 판매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1996년에는 부산의 대선주조가, 이듬해엔 대구 금복주가 23도 소주 ‘시원’(C1), ‘참’을 각각 내놨다. 시원이 13개월 만에 1억 병을 넘게 팔리고 참 소주도 빠르게 1억 병 판매를 돌파하자 당시만 해도 23도 ‘순한 소주’가 돌풍이란 기사가 줄을 잇기도 했다. 
 
소주는 25도란 공식을 완전히 없애버린 건 한국 소주 시장 역대 최고 히트작인 ‘참이슬’이다. 

진로가 1998년 10월 참이슬을 23도에 내놓으면서 영남권 ‘순한’ 돌풍이 수도권에 상륙하게 된다. 참이슬은 첫 출시 뒤 역대 최단 기간인 6개월 만에 판매 1억 병을 넘어섰다. 참이슬은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세계 최다 판매 증류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진로를 향한 두산의 반격, 저도수 경쟁 속 소주 도수는 20도 아래로

23도 소주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1년 1월 두산주류(현 롯데칠성음료)가 22도로 첫선을 보인 ‘산’ 소주는 본격 판매 1달 만에 1천만 병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진로는 그해 2월 도수를 22도로 낮춘 리뉴얼 참이슬로 맞불을 놨다.

두 회사의 경쟁 속에 소주 도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다 2006년 2월 두산주류는 당시 21도엿던 산 소주보다 1도 낮은 20도 소주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진로는 바로 다음날 20.1도 참이슬을 내놨다. 이듬해엔 두 회사가 각각 19.5도 소주를 출시하면서 10도대 소주 시대가 열렸다.

당시 진로와 두산이 상호 비방광고를 게재하며 과열 경쟁을 지속하자 2007년 7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 비방과 부당비교 광고행위에 관한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2007년 롯데칠성음료는 두산주류를 인수, 2011년엔 하이트 맥주가 진로를 합병하면서 현재의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의 국내 소주 양강 체제가 형성됐다.

그 뒤로도 도수 낮추기 경쟁은 계속됐고, 2019년 하이트진로가 16.9도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을 선보이며 소주 도수는 현재의 16도 대에 이르렀다.

현재 양강업체 소주 대표 제품들의 도수는 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는 16도,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은 16.5도, ‘새로’는 16도다. 새로는 2022년 출시 당시부터 16.0도로 출시됐다.

소주 도수가 이렇게까지 낮아지는 이유는 걸까.

업계에선 일단 국내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 소주 여성 수요가 증가했고 이들을 포함한 젊은층에선 술을 취할 만큼 많이 마시기보다 다양한 음식과 함께 술도 미식처럼 즐기는 음주문화가 조성되고 있다”며 “소주뿐만 아니라 주류 업계 전반적으로 저도주 수요가 늘고 있어 소주 알코올 도수를 낮춰 리뉴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격 인상 없이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류업체들이 앞장서 소주 도수를 낮추는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알코올 도수를 0.1도 내리면 소주 1병당 주정 원가를 0.6원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주류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상황에 차이는 있지만 소주 도수가 떨어지면 증류 주정과 소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추가적 감미료 등을 넣기 때문에 비용 상승 요인이 있어, 원가 절감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허원석기자

최신기사

박근혜 국민의힘 지도부 만나, "집권 여당 끝까지 민생 책임져야"
지난해 4분기 낸드 매출 6.2% 감소, 삼성전자 9.7% SK하이닉스 6.6% 줄어
블룸버그 "애플 AI 경쟁에서 뒤처져, 구글·MS·아마존과 5년 격차"
제조업체 10곳 중 4곳, 높아진 산업용 전기요금에 전력조달 변화 고려
SK텔레콤 MWC서 'AI 피라미드 2.0' 공개, 종합 데이터센터 솔루션 제공
SKC '반도체 글라스기판' MWC서 전시, 전력소비∙두께 절반 이상 감소
2월 서울 아파트 거래 회복 조짐, 비강남권 중심으로 증가
삼성SDI, '인터배터리'서 현대차·기아와 협력한 로봇·자율주행차 배터리 전시
[리얼미터] 이재명, 김문수·오세훈·홍준표·한동훈 양자대결서 18~29%p 우세
삼성디스플레이, MWC서 '가방 형태로 접는 태블릿' 선보여
koreawho

댓글 (1)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나무
소주먹기 참 좋은 날씨네~~~!   (2025-03-03 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