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무역 장벽을 세울수록 애플과 테슬라,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 사업에 어려움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정부 들어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가 오히려 애플과 테슬라 등 다국적 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다수 국가가 관세를 비롯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자국 제품 및 기업을 우선시해 글로벌 사업망에 기반한 글로벌 기업들이 그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3일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불러온 ‘자국 우선주의’ 열풍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해 글로벌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자국 기업 및 경제를 우선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번져 애플과 테슬라 등 여러 국가에 걸쳐 공급망 및 시장을 형성한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놨다.
자국 우선주의란 수입품 및 타국 기업을 배척하고 자국 제품 및 국내 생산을 우선시하는 현상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애국소비’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공급망 불확실성을 걷어내고자 관세 및 리쇼어링(해외공장 복귀) 정책을 펼치지만 글로벌 기업 타격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서 북미 나아가 유럽 등에도 관세 장벽을 쌓고 대상국 또한 맞관세로 대응해 자국 우선주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캐나다 일부 까페에서 커피 음료 이름을 미국을 연상시키는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로 표시한 장면은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CNBC는 “트럼프 정부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 확산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애플과 테슬라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하는 기업에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요소다.
글로벌 기업은 상품 시장은 물론 생산 공급망을 여러 국가에 걸쳐 운영하는데 자국 우선주의로 보호 문턱이 높아지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화웨이와 오포 등 현지 업체에 밀려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락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2024년 10월부터 아이폰16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현지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아이폰 판매 금지는 국민 정서를 자극해 지지도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 또한 중국에서 BYD와 같은 현지 브랜드에 수요가 쏠리면서 판매 부진에 빠졌다. 글로벌 대표 빅테크로 꼽히는 애플과 테슬라조차도 자국 우선주의 장벽 앞에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모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모자에는 '트럼프가 모두 옳았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
자국 우선주의는 글로벌 기업에 공급망 문제까지 가져올 공산이 크다.
글로벌 기업은 그동안 세계화 물결을 타고 낮은 인건비나 자원 수급에 유리한 지역을 찾아 공급망을 확장했는데 재조정으로 비용이 들거나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다.
CNBC에 따르면 독일 규제 당국은 테슬라 현지 공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에 ‘외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선을 긋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애플 또한 중국 내 협업사를 베트남이나 인도로 이전하려 하지만 중국 지자체가 자국 생산을 강조해 공급망 이전에 애를 먹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의 재클린 포 의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각국이 무역 장벽을 세울수록 글로벌 기업 투자 결정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한국 기업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자국 우선주의로 공급망 재구축 및 판매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수출 상품에 미국 빅테크 제품에 부품으로 쓰여 트럼프 관세 및 현지 생산 압박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관세 대상국인 멕시코에 LG전자와 기아차 생산 거점이 위치하고 있어 공급망을 다시 짜고 가동률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이 자국 우선주의에 취약하다는 점은 주식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영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24년 11월을 전후해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같이 보호무역에 취약한 한국 기업 주식을 매도했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전 세계 각국이 전략적으로 자국 우선 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사업 환경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씽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메리 러블리 수석 연구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무역 협정이 바뀌면 모든 기업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