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ATM 사업부 매각, 롯데웰푸드의 증평공장 매각, 롯데케미칼의 파키스탄법인 매각 등이 이런 기조 아래 추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렌탈 경영권을 약 1조6천억 원에 사모펀드에 팔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신호라고 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팔고자 하는 매물의 매각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사례를 들어 자산 매각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일부 사업부의 매각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물밑에서 몇몇 인수 후보자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의 건자재사업부와 롯데웰푸드의 제빵사업부 등이 이런 매물로 추정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로는 롯데그룹이 받기를 원하는 가격이 매수자들의 눈높이보다 한참 높아 매각 협상을 더 진전시키기 어려웠다고 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건자재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일부 원매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들이 희망하는 가격이 너무 낮다는 판단 아래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웰푸드가 제빵사업부를 통매각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는 결국 제빵사업부 소속인 증평공장만 따로 신라명과에 매각했다. 애초에 세웠던 계획은 수원공장과 부산공장, 증평공장을 한꺼번에 매각해 1천억 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투자금융업계는 롯데그룹이 받고자 하는 가격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격보다 높게 책정돼 있어 매각 추진의 진심을 의심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 원매자들은 어떻게든 싼 가격에 사려는 것이고 롯데그룹은 그와 별개로 제값을 받아야 팔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금융업계의 시각이 다 맞다고 보기 힘들며 롯데그룹은 그룹이 세운 속도대로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7일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는데 이 설명회의 핵심 내용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미래 먹거리 투자’ 등으로 요약된다.
롯데지주는 이와 관련해 사업구조 재편 방향을 소개하며 첫 장에서 ‘Divest(처분)’을 강조했다. 크게 ‘비주력 사업 처분’과 ‘저수익·저효율 유형자산 처분’을 언급했다.
▲ 롯데그룹은 최근 기업설명회를 통해 비주력 사업 처분과 저수익 저효율 유형자산 처분 등을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비주력 계열사와 사업부, 투자자산 및 비업무용 토지, 유휴 부동산, 지방 소형점포 등을 매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실제로 성과도 적지 않다. 롯데렌탈과 롯데케미칼 해외법인,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 매각 등과 롯데쇼핑의 백화점, 마트 유휴부지, 호텔롯데와 롯데웰푸드의 부동산 매각 등이 진행된 상태다.
물론 롯데그룹이 매각 대상에 올려놓은 비핵심 자산 등의 면면을 볼 때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힘든 매물이라는 시선도 있다. 롯데그룹이 애초 성장성이 낮은 사업부를 팔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이를 사려는 원매자도 적을 수밖에 없고, 만약 원매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비싼 값을 받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자산 매각은 경영혁신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경영혁신실은 노준형 사장이 이끄는 조직으로 롯데그룹의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들을 처분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식품군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장하고, 헬스앤웰니스 제품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그림을 그려뒀다. 유통군은 식료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핵심상권에서 지배력을 높이기로 했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원으로 평가받는 화학군은 기초소재 사업을 효율화하고 고부가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호텔군은 위탁경영 모델 도입을 확산하기로 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