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가 인텔의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텔의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여러 전략을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대만 TSMC에 반도체 관세를 앞세워 인텔을 지원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인텔의 경영에 직접 개입해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27일 “TSMC가 인텔의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최악”이라는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 경영대 교수의 논평을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재무위기를 겪는 인텔을 살리기 위해 TSMC가 인텔과 합작법인을 세워 기술을 공유하거나 공장에 지분을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대만에서 제조하는 반도체에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압박한 뒤 이를 협상카드로 삼아 인텔을 지원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및 자급체제 확보를 목표로 시설 투자에 대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 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요피 교수는 바이든 정부 반도체 정책이 실패에 그쳤다고 단언했다. 시행 속도가 너무 느리고 지원 대상 기업들의 지배구조 등에 지나친 제약을 걸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앞세우고 있는 방식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TSMC의 역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반도체 기술 및 제조 경쟁력 회복은 트럼프 정부 정책에 우선순위로 자리잡았다. 인텔은 심각한 재무 위기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공급을 TSMC 대만 공장에서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미국의 기술 경쟁력도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TSMC가 인텔에 기술이나 자금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현재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사실상 독점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요피 교수는 TSMC가 미국 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는 물론 대만 국가 차원에서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으로 중국의 침공 등 위협에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및 공급 능력을 유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대만을 지원할 이유는 줄어든다.
TSMC가 이미 미국 내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꼽힌다.
인텔에 직접 투자하거나 기술을 지원해도 TSMC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TSMC 대만산 반도체에 수입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텔을 돕는 것보다 차라리 나은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TSMC가 독점적 지위와 협상력을 앞세워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을 미국 고객사들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피 교수는 미국 정부가 TSMC를 압박하기보다 인텔이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사업을 분사하도록 하고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나 서방 국가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하도록 해 재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피 교수가 제안한 방안도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할 만한 적합한 후보가 등장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인텔이 반도체 제조 사업에서 TSMC와 맞설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앞으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성과는 다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텔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 미국 기업들의 TSMC 의존을 낮추도록 할 지는 트럼프 정부에서 당분간 큰 고민거리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피 교수는 “모든 반도체 설계 기업은 두 곳 이상의 파운드리 공급사를 두고 있어야 하며 인텔은 TSMC를 제외하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처럼 TSMC가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체체를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의 관점으로 봤을 때도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인텔의 경쟁력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