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들이 구형 반도체를 중심으로 저가 물량 공세를 강화하며 전 세계 시장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다소 오래된 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며 저가로 수출을 늘리는 ‘덤핑’ 전략에 성과를 보고 있다.
최근 중국 내수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중국의 공세에 따른 타격도 점차 커지고 있다.
27일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한 시장 조사기관 IDC 집계를 보면 20나노 이상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올해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에는 중국의 출하량 비중이 39%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됐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 니덤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겪었던 ‘차이나 쇼크’가 반도체 분야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기술 규제가 본격화되자 자체 기술로 오래된 장비를 활용해 제조할 수 있는 구형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기업이 집중하는 첨단 미세공정 기술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고사양 프로세서 등을 제조하는 데 주로 쓰인다.
반면 구형 반도체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산업용 기기 등에 주로 활용되며 사용처나 수요 측면에서 첨단 반도체와 비교해 관련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점을 파악해 생산량을 대폭 늘려 저가에 물량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덤핑 전략을 본격화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은 구형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 부품 등 시장에서도 상당 부분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과를 냈다.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의 반도체 장비 수입이 규제 영향으로 불가능해져도 구형 반도체 생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IDC는 중국 업체들이 앞으로 수 년에 걸쳐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가에 가장 큰 타격이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최근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선 것도 구형 반도체 생산량을 늘린 데 따른 성과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동안 중국에서 제조되는 구형 반도체는 주로 내수 기업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경제가 위축되며 현지 시장에서 물량을 흡수하기 어려워지며 전 세계로 수출이 더욱 활발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구형 반도체 덤핑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점차 경쟁에서 이탈하는 흐름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우 잔인한 ‘밀어내기’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과 서방 반도체 기업들이 점점 더 큰 타격을 받으며 결국 많은 기업들이 시장을 떠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