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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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컨테이너선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자칫 미국발 중국 해운 제재에 따른 반사수혜를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과 해운사에 대한 강한 제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세계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 등 선박 건조 주문이 한국 조선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은 해운사업 수익성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을 50척 가량 추가 확보하겠다고 지난해 9월 밝혔지만, 최근 신조선가 상승과 조선소 주문량 폭주로 컨테이너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신조선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이미 국내 조선 3사의 조선소 도크는 2027년 생산물량까지 주문이 꽉 차 지금 주문해도 3년 후인 2028년에나 인도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 9월 2030년까지 11조 원을 투자해 현재 83척 수준인 컨테이너선을 50척 가량 더 늘려 130척 수준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높아진 신조선 가격에다 국내 조선소 주문 폭주로 당장 새로운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져, 트럼프발 호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조선·해운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김경배 사장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을 150만TEU(130척)까지 늘리겠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지난해 9월 밝혔다. 2024년 말 기준 HMM의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91만5483TEU(83척)다.
미국 정부의 최근 중국 선박·해운 제재로 중국의 해운사 코스코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HMM,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과 같은 한국·일본 해운사가 반사 이득을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해운 선사에 미국 입항 때마다 100만 달러(약 14억5천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미국 입항 재화 중량 1톤당 1천 달러(약 145만 원) 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이 미국 입항 할 때에는 최대 150만 달러(약 21억4500만 원)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해운선사의 중국산 선박 보유 수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며, 중국산 선박 운용 비중이 25% 이상인 해운선사에는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5천만 원)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또 선사가 중국 조선소에게 발주한 선박 비중 또는 24개월 내 인도 예정인 중국산 선박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선사에 미국 입항 때마다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중국 조선과 해운 산업 규제는 당장 중국산 컨테이너선이 없는 HMM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HMM이 컨테이너선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미국 규제에 따라 세계 해운사들이 중국산 선박 대신 한국이나 일본 조선소 선박으로 발주를 변경하거나, 신규 선박 건조를 주문하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조선사에 주문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국내 조선소들은 신조선 가격을 더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주들은 신조선가가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며 “향후 선박 건조에서 중국 조선사가 배제돼 반사수혜를 입은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 건조 슬롯이 더 희소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조선가가 높아지는 상황이 컨테이너선 발주의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 시장조사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미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계속 고공행진을 해왔다.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2만2천~2만4천TEU) 가격은 2022년 1월 1억9300만 달러(약 2760억 원)에서 2023년 1월 2억1500만 달러, 2024년 1월 2억6400만 달러, 2025년 1월 2억7500만 달러(약 3900억 원)로 올랐다.
HMM은 대형 컨테이너선을 당장 발주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하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HMM의 현금보유량(현금및현금성자산, 기타금융유동자산)은 14조3422억 원이다.
하지만 HMM은 지난 2023년 2월 9천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 발주 이후에는 대규모 발주를 내놓고 있지 않다.
HMM이 당장 선박 발주에 나서도 빨라야 2028년에 선박을 받을 수 있음에도, 계속되는 신조선가 상승으로 김 사장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
▲ HMM은 세계 해운 동맹 가운데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일본 원(ONE), 대만 양밍 등의 해운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세력이 약해 서둘러 컨테이너선 등 해운 선박을 늘릴 필요가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해운 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25년 2월25일 기준 HMM의 발주잔고는 8만1천TEU다. 이는 세계 10대 해운사의 컨테이너선 발주 잔고 합계의 1.14% 수준이다.
HMM이 컨테이너 해운업계 체급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사장이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대 규모를 대폭 늘리려는 것은 최근 HMM이 속한 해운업계 동맹(얼라이언스)에서 독일 하팍로이드 대형 선사가 빠지면서 세력이 약해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MM은 기존 ‘디 얼라이언스’에서 독일 하팍로이드가 빠져나가면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 등과 새로운 얼라이언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2025년 2월 출범시켰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25년 1월 말 선복량 기준 세계 해운시장 합산 점유율은 오션 얼라이언스가 28.6%, 제미나이 얼라이언스가 21.5%, MSC가 20.3%였던 데 비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11.4%였다. 이전 디 얼라이언스 점유율은 18.4%였다.
HMM은 지난해 1만3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8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인도받았다. 2025~2026년에 9천TEU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9척 인도받는 것 이후에는 선박 인도 일정이 없다.
HMM 관계자는 “2030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다만 신조선가 고공행진으로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