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2-26 17: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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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시장을 누비고 있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다음 성장 시장으로 유럽을 점찍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국가별 식문화가 다양하고 각각 자부심이 높은 데다 해외 식품 관련 통관 절차 등 수출 문턱도 높다. 이에 아직 국내 식품업체들의 유럽 매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 국내 식품업체들이 다음 성장 시장으로 유럽을 점찍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헝가리 신공장 조감도. < CJ제일제당 >
국내 식품업체들은 유럽시장을 향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26일 식품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식품업계는 현지 공장을 짓고,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등 유럽을 핵심 시장으로 키우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 식품업체는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헝가리 두나버르사니에 약 1천억 원을 투입해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하며 치킨, 가공밥, K-소스 등 현지 중장기 글로벌 전략제품(GSP) 성장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 20개, 베트남 3개, 일본 4개, 중국 4개 등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엔 2018년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하며 확보한 첫 공장이 전부다. 헝가리 신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판매를 시작한다.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신공장 가동에 유럽에서 앞서 GSP를 중심으로 현지 식문화에 맞춘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다지고 있다.
최근엔 요리를 소스에 찍어 먹거나 뿌려먹는 방식에 익숙한 유럽 소비자들에 맞춰 짜서 쓸 수 있는 용기에 담은 ‘비비고 고추장·쌈장’을 개발해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4개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추장과 쌈장을 선보였다”며 “다양한 글로벌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 ‘K-소스’의 맛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2위 마트 체인 ‘세인즈버리’와 네덜란드 최대 대형 유통 채널 ‘알버트 하인’에 각각 비비고 치킨 2종, 비비고 전자레인지용 만두 3종을 내놓는 등 유럽 유통채널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중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4분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을 보면 북미 매출이 1조2494억 원으로 84.5%의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다만 같은 기간 성장률에서는 북미 매출이 6%로 해외 식품사업 전체 성장률 7%를 밑돈 반면 유럽에선 37%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회사의 유럽 매출은 최근 연간 3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처음 1천억 원을 넘어섰다.
10년 연속 미국 두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풀무원도 올 하반기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풀무원의 일부 생면 제품은 이미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계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 채널을 통한 풀무원 냉장 생면 제품 판매가 늘면서 영국 코스트코 일부 매장에서 시장 조사 개념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유럽 법인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중 하나인 ‘시알 파리 2024(SIAL Paris 2024)’에 참가해 두부텐더, 두유면 등 유럽 시장을 겨냥한 50여 종의 식물성 지향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이 풀무원 유럽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공장을 짓는 CJ제일제당과 달리 풀무원은 미국 생산 물량으로 유럽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
▲ 풀무원 풀러튼 두부공장 전경. <풀무원>
풀무원은 2021년과 2023년 미국 풀러튼 공장의 두부 생산라인과 길로이 공장의 생면 생산라인을 각각 늘린 데 이어 현재 미국 메사추세츠주 소재 아이어 두부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하며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 4개의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풀무원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19%로 같은 기간 삼양식품 70%, CJ제일제당 48%, 농심 37.9%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1~3분기 풀무원 해외 매출 중 지역별 비중은 미국 70.2%, 일본 15.6%, 중국 13.7%, 베트남 0.6%로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길수 풀무원USA 대표는 “지난해 시알 파리 참가를 통해 검증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업계도 유럽을 차세대 성장 무대로 점찍고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 라면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약 2조8600억)로 농심의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30억 달러)의 3분의2 수준이다. 2019~2023년 5개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2%를 보였다.
농심은 다음 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공략 교두보 확보에 나선다. 최근 5개년 동안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평균 25% 증가하며 현지 라면 시장 성장률을 뛰어 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농심은 2023년 기준 6008만 달러(약 860억 원)인 유럽 매출을 2030년 3억 달러(4300억 원)로 5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을 2023년 635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을 잇는 핵심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유럽 라면시장은 국가별 1위 브랜드가 다를 정도로 맛에 관한 수요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고려해 농심은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등 주요 제품 입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며 2030년 매출 목표 달성을 노린다.
삼양식품도 작년 8월 네덜란드에 유럽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은 5번째 해외법인이다. 삼양식품은 현재 제품을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수출 물량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에서 2021년 11%, 2022년 13%, 2023년 16%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엔 19.1%를 기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