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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로 진로를 돌려라', 코스맥스 할랄 앞세워 ODM 왕좌 '굳히기'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2-26 15: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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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로 진로를 돌려라', 코스맥스 할랄 앞세워 ODM 왕좌 '굳히기'
▲ 정민경 코스맥스인도네시아 법인장(왼쪽)이 2023년 9월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할랄어워드 2023’ 시상식에서 화장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코스맥스>
[비즈니스포스트] 코스맥스가 ‘할랄 인증’ 선점을 무기로 글로벌 할랄 뷰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콜마와의 격차를 벌리며 국내 화장품 제조자설계생산(ODM)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할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에 발맞춰 가장 먼저 할랄 인증을 확보하며 시장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국콜마보다 ‘2조 클럽’ 가입은 늦었지만 할랄 인증만큼은 가장 먼저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26일 유통업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할랄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무슬림 국가들은 할랄 인증을 수입 필수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해당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할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8년 438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할랄 시장 가운데 하나로 전체 인구의 90%에 해당하는 2억3천만 명이 무슬림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4년 제정한 할랄제품보장법에 따라 2026년부터 인도네시아로 수입되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 공산품 등에 할랄 인증이 의무화된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할랄 시장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ODM 기업들은 시장 진입을 위해 인증 절차를 서두를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화장품 ODM 업계에서 두 번째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첫 주자는 1년 앞서 2조 원을 넘어선 한국콜마. 다만 한국콜마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바이오헬스기업 HK이노엔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화장품 ODM 부문에서의 ‘사실상 1위’는 코스맥스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맥스가 한국콜마와의 격차를 벌리고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잠재력 높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두 기업 모두 대형 ODM 업체로서 투자 여력에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승부는 결국 ‘누가 먼저 기회를 잡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코스맥스는 할랄 시장의 가능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법인은 국내 ODM 업계 최초로 2016년 무이(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으며 모든 제품을 할랄 기준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특히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내 가장 많은 할랄 제품을 보유한 화장품 기업 가운데 하나로 2023년 9월 기준 누적 등록 제품만 2380여 개에 달한다. 
'인도네시아로 진로를 돌려라', 코스맥스 할랄 앞세워 ODM 왕좌 '굳히기'
▲ 코스맥스 인도네시아법인이 2월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5’를 개최했다.<코스맥스>

MUI는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인증기관 가운데 하나로 엄격한 심사 기준과 절차로 유명하다. 코스맥스 태국법인도 2019년 이슬람위원회 중앙회(CICOT), 2021년 MUI 할랄 인증을 연이어 획득하며 글로벌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해둔 상태다.

특히 코스맥스처럼 공장 자체의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보통 2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앞으로 1~2년간은 경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경쟁사들이 인도네시아 공장 할랄 인증을 획득하더라도 그때쯤이면 코스맥스가 이미 시장 점유율을 굳힌 후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스맥스의 할랄 시장에 대한 선제적 노력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법인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는 중동과 문화·종교적으로 맞닿아 있는 ‘할랄 문화권’으로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꼽힌다.

코스맥스는 2012년 로레알의 자카르타 공장을 품으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설비를 보강하고 공장을 새 단장한 뒤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법인 매출은 2016년 30억 원에서 2019년 394억 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으나 2022년 667억 원, 2023년 853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인구 2억8천만 명의 할랄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주요 고객사의 수주 강세가 지속되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2026년 10월부터 인도네시아에 유통되는 화장품 모두 할랄 승인을 거쳐야함에 따라 현재로서 인도네시아 내 유일한 공장 자체 할랄 인증 받은 기업으로서의 경쟁 우위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코스맥스가 제품 경쟁력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찍이 인도네시아법인을 통해 할랄 기술을 발전시키고 제품력을 끌어올린 만큼 제품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현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수천 개의 할랄 제품을 출시해왔다. 또한 인도네시아 주요 대학과 협력해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한편 2023년 7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생 식물을 활용한 브랜드 ‘더아름’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뷰티 인도네시아’에 참가해 할랄 소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공개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코스맥스는 2023년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할랄 어워드 2023’에서 화장품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국제적으로 할랄 시스템 운영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스맥스는 일찍이 무이 할랄 인증을 획득하며 할랄 화장품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올해 인도네시아 법인을 교두보로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 중동 지역까지 할랄 시장 공략을 확대해 코스맥스바이오와 할랄 건강기능식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는 등 그룹사 시너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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