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
[비즈니스포스트] “토스의 사용경험을 세계에 퍼트리겠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는 26일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작한 토스의 다음 10년, 다음 100년을 이야기하기 위해 5년 만에 기자들 앞에 섰다. 세계인들이 함께 쓰는 '금융 슈퍼앱' 토스를 기약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이런 저런 금융 관련 세미나와 행사 연사로 의견을 공유해왔다. 하지만 토스의 사업 계획,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토스를 완전히 분산화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한 부분이다.
토스는 한 플랫폼 안에 송금과 결제, 은행, 증권, 쇼핑 등 모든 서비스를 담는 ‘슈퍼앱’이지만 각 분야 개별 팀들이 서비스 개발부터 예산 집행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토스가 이용자 1900만 명을 확보하며 국내 1위 금융앱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열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날도 “외부에서 토스는 스타트업 100여 개가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게 틀린 말이 아니다”며 분산화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토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대표가 토스를 ‘대표’해 직접 나섰다.
2015년 직원 5명이 모여 간편송금 앱으로 시작했던 토스가 국내 금융앱으로 10년 동안 쌓아왔던 기반을 바탕으로 다음 도약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간담회 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 |
그 다음 목표는 글로벌시장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토스의 100년은 금융을 넘어 소비자의 모든 일상으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그리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5년 안에 토스앱 이용자의 50%, 절반 이상을 외국인 이용자로 채우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표는 “토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송금, 조회, 혜택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토스의 사용경험을 세계 모두에 퍼트리겠다”며 “지금은 토스가 한국 소비자들만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5년 뒤에는 ‘토스는 세계 사람들이 다 쓰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굉장히 야심찬 포부지만 그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토스처럼 월 활성 이용자수, 앱 접속 횟수 등에서 높은 충성도를 지닌 대규모 고객을 보유한 금융 슈퍼앱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토스는 서비스 측면에서도 토스뱅크, 증권 등 금융사업에 더해 2년 전 쇼핑분야로 진출했고 차량공유서비스 타다 등도 인수해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동남아 슈퍼앱으로 꼽히는 그랩처럼 해외 결제시장뿐 아니라 은행, 증권 등 기타 금융서비스와 생활서비스로 영역확장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의 목표는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해 이를 산업과 사회 전체에 확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 |
그는 해외 서비스와 관련해 각 국가의 규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토스가 ‘유난한’ 기업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유난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는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달라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대표가 해외시장 진출과 같은 사업계획을 두고 내놓는 단어로는 순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유난’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간편송금 서비스는 지금은 국가 사이 장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이상적이라면 미국에 있는 마이클과도 송금을 편하게 할 수 있어야 맞지 않겠느냐”며 “나라별로 서비스를 배포할 수 있을지, 이게 가능할지 저희도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그동안 토스가 어려운 것들도 유난하게 해온 만큼 유난하게 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 마지막에도 “토스가 앞으로 10년, 100년 뒤 오늘 내놓은 목표들을 해낼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토스의 유난한 도전을 지속해서 또 한 번 잘 증명해보이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유난이라는 단어는 결국 토스의 도전 정신을 나타내는 표현인 셈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의 시작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토스의 출발인 간편송금은 아주 간단한 인증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혁신’이었는데 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토스가 다른 기업과 달랐던 점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른 기업들은 제도적, 기술적, 산업적으로 이미 가능한 것들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상했다”며 “하지만 토스는 먼저 간편송금 화면을 그려놓고 그 다음에 제도, 기술, 산업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이걸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투자유치가 안 되자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직원 5명의 토스가 은행에 송금을 열어달라고 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처음에 그렸던 간편송금 서비스를 2년이 걸려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 이승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26일 오전 서울 성수동 앤더슨씨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에서 토스앱 간편송금 서비스 성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
토스의 10년은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간담회에서 6년 전 2019년 토스가 론칭했던 광고영상을 틀었다. 이 영상은 ‘토스, 금융부터 바꾼다. 모든 것을 바꿀 때까지’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광고 문구가 토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굉장히 잘 설명하고 있다”며 “토스가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해 이용자를 많이 모은 자랑스러운 모바일 서비스가 되도록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추진을 놓고는 “기업공개는 토스가 글로벌기업으로 보여줄 수 있는 첫 행보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다만 지금은 결정된 것들이 너무 없어 아직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82년생으로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서 7전8기 끝에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세웠다. 그 뒤 2015년 50억 원 규모 투자유치를 받아 간편결제시장에 진출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8년에는 국내 핀테크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조 원 이상 가치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에 올랐다. 2022년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서 기업가치를 9조 원 안팎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