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2-25 15: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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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최대 이자이익을 올린 시중은행이 올해 들어서도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 속 한국은행도 또 다시 기준금리를 내린 만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락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들어서도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28일 발표되는 올해 1월 은행연합회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비교 공시에서 4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는 또 다시 1%포인트대의 높은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도 시장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속해서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3%대 예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면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최저금리는 대부분 4%대에서 형성돼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상품의 평균금리는 지난해 10월 4% 위로 올라선 뒤 12월까지 3개월 연속 4%대를 넘겼는데 올해 역시 4%대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1월 또 다시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며 6개월 연속 확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대 시중은행 예대금리차 평균은 지난해 7월 0.33%포인트에서 8월 0.44%포인트, 9월 0.66%포인트, 10월 1.00%포인트, 11월 1.12%포인트를 거쳐 12월 1.13%포인트까지 5개월 연속 확대되며 3배 넘게 벌어졌다.
이 시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 기준금리는 8월 3.50%에서 11 3.00%로 0.5%포인트 내렸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예금금리를 내리면서도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인데 특히 정부의 대출 억제정책에 따라 고객에게 돌아가는 우대금리를 줄이며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금리는 자금조달금리에 은행의 각종 원가요소와 마진 등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높여 자금조달금리 하락에도 전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됐음에도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4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2.1% 늘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 관련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이 체감 가능한 속도로 대출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나온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겠지만 올해 들어서도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현황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직접적으로 강하게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는 작동해야 한다”며 “금감원에서 금리 결정 과정이 시장 원리에 따라 제대로 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는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낮아졌다. 기준금리가 2%대로 내려온 것은 2022년 8월 2.50%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4대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고 이에 따라 금융채 금리도 하락하는 등 자금조달금리가 내린 만큼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어느 한 은행이 빠르게 내리면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은행들 사이 눈치싸움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