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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하고 있다. |
"삼성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국민약속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를 통한 의사결정의 투명성 확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 이양 가능성 등 많은 약속들을 쏟아내자 이것들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 주목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지난 6일 열린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그룹의 변화와 개혁을 약속함에 따라 삼성그룹에 앞으로 큰 틀의 변화가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최순실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체계와 정경유착을 통한 특혜 가능성을 놓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강력한 변화를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을 탈퇴해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모두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결정으로 알려졌다.
또 오너일가의 경영능력에 의문이 나온다면 언제든 더 훌륭한 전문경영인에게 삼성전자 등의 경영권을 맡길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최순실 지원 결정권자와 별도로 지원한 이유 등에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조직체계와 기업문화 등에 관해 큰 변화를 약속해 스스로 중요한 과제를 짊어졌다.
전경련 탈퇴 약속은 비교적 쉽게 지켜질 수도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 등 전경련의 주요 그룹 총수들이 탈퇴의사를 밝힌 만큼 전경련은 자연스럽게 해체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은 당장 지켜질지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들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경우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는 만큼 이번에도 해체하기보다 축소나 개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미래전략실의 해체만이 능사가 아니며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삼성그룹이 그동안 "실질적 기능은 놔둔 채 이름만 바꾸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까지 감안해 완전해체한 뒤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으로 그 기능을 옮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경영자로서 자질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더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경우 경영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다만 전제조건으로 내건 만큼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 부회장은 5공 시절을 거치지 않아 구시대 경제인들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며 “기존의 기업문화를 세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는 이 부회장에게 질문공세가 집중되면서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가 됐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 현안과 관련해 청문회 쟁점과 무관한 '약속 아닌 약속'도 내놓아야 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대거 이동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국내투자를 늘려 한국에서 다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삼성그룹이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광고를 통해 언론사가 비판적 기사를 내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행위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3세 경영자를 대표하는 이 부회장을 향해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해야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같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역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는 등 이재용 체제에서 삼성그룹에 변화가 일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변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