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25일 중국 장쑤성 쑤첸에 위치한 태양광 설비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태양광 패널용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나섬에 따라 태양광과 철강 등 산업에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은 태양광과 철강 세계 시장에 공급 과잉을 주도하며 '덤핑 수출'을 이어왔는데 새로운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 정상화'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를 계기로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에 생산 축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태양광 발전 등을 전략 산업으로 선정해 막대한 지원금을 투자해 왔다. 그 결과 태양광 패널에 핵심 구성 요소인 폴리실리콘을 세계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업체의 세계 폴리실리콘 점유율은 91%에 이른다.
중국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손실을 감내하면서 생산을 무리하게 늘렸다. 이에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공급 과잉을 야기했다.
그동안은 중국 내 남는 공급 물량을 염가로 수출하는 이른바 ‘덤핑 수출’ 전략으로 활로를 뚫었는데 미국발 관세로 가격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생산 축소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사 30여 곳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태양광 산업은 장기간 과잉 생산을 이어왔다”며 “하지만 미국 바이든 전임 정부와 트럼프 정부 정책을 합산하면 관세율이 60%에 이르게 됨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세로 인한 공급 축소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도 해당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책정했다.
중국 철강 업계는 이른바 트럼프 관세에 미리 대응해 지난해 생산량을 2020년 이래 최저 수준인 10억 톤으로 줄였지만 향후 추가 감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제조기업 다수가 그동안 진행해온 과잉 생산으로 출혈 경쟁에 빠져 있어 관세 영향으로 시장에서 이탈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윈드인포메이션은 “철강과 태양광을 비롯한 중국 제조업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적자 늪에 빠진 기업 비율은 23% 이상”이라고 밝혔다.
▲ 12일 중국 허난성 안양시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작업자가 수출용 선재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는 그동안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고전하던 한국 태양광과 철강 등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급과잉 완화로 가격이 정상화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덤핑수출 전략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주 철강업체 블루스코프는 관세로 북미 지역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한국 태양광과 철강 업체도 트럼프 관세 영향권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중국 기업과 비교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2025년 2월 현재 한화솔루션의 재생에너지 사업 부분인 한화큐셀은 미국에 태양광 패널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한화로 10조 원 가량을 투자해 미국에 제철소를 설립할 예정이며, 포스코 또한 현지 생산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생산 거점을 세워 트럼프 관세의 여파를 피하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빠진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동맹국이라는 점도 중국 경쟁 산업과 비교해 관세 전쟁에서 유리한 지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대상에 “예외는 없다”고 못을 박고 있지만 트럼프 1기 때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는 미국 우방국인 호주에 이미 관세 예외가 논의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에서 촉발한 이른바 관세 전쟁으로 세계 시장에 중국산 과잉 공급분이 걷히고 가격이 안정되면 한국 태양광과 철강 기업이 반사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식스의 개리 응 분석가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국에서 이자 비용도 내기 어려운 ‘좀비 상태’ 기업 비율은 세계 평균에 2배를 웃도는 13%”라며 관세로 생산을 줄이거나 퇴출될 기업이 계속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