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체하면서 정재계에서 기후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넷제로(탄소중립) 목표가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기 위한 “악의”에 따른 것이라 비판했는데 영국 쪽에서 이에 동조하는 흐름이 형성되는 모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책임있는 시민권 동맹(ARC)’ 콘퍼런스에서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한 목표는 악의적으로 수립됐다”며 “이는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17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라이트 장관 발언은 현장에 있었던 영국 보수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현장에 참석한 케미 바데노크 영국 보수당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다양성 정책과 기후 활동주의는 독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옹호하는 이들은 실제로 행동할 능력은 없으면서 사회에 분노만 퍼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리처드 타이스 영국 개혁당 부대표도 기자회견에서 “기후대응 정책은 쓰레기”라며 “기후변화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자연적으로 계속 발생해왔으며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허황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영국 정치인들이 라이트 장관의 발언에 크게 호응한 것는 지난 몇 년 동안 추진해온 에너지 전환이 경제 발전을 저해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BBC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과 비교해 0.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GDP는 2023년에도 2022년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라이트 장관은 이를 두고 “탄소중립 목표를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행위는 그 어떤 경제적 혜택도 가져오지 못했으며 비용 지출만 막대하게 늘렸다”며 “영국이 딱 그런 국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영국 민심도 기후정책에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나이젤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같은 날 영국 스카이뉴스는 기후정책 폐지를 주요 아젠다로 내세운 개혁당이 가장 큰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2일부터 3일까지 무작위로 선정한 영국 성인 222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국 개혁당은 지지율 25%로 선두를 달렸으며 노동당이 24%, 보수당은 21%로 나타났다.
이에 스카이뉴스는 현재 영국이 겪고 있는 경제 문제에 개혁당이 명확하고 알기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폴 로더릭 마셜 영국 헤지펀드 사장 겸 GB뉴스 소유주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넷제로를 추구하고 전 세계의 집단적 행동 없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우리를 파산으로 몰고 있다"며 "현재 유럽 전체는 녹색 전환을 위한 일방적 경제 축소에 나서고 있는데 영국 정부는 이에서 빠져나와 기후변화법을 폐지하고 석유와 가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대응 정책 반대를 핵심 아젠다로 삼은 영미권 단체들의 협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수 싱크탱크 ‘하트랜드 연구소’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영국·유럽 지부를 개설했다. 출범식에는 나이젤 패라지 개혁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트랜드 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프로젝트 2025’ 정책 패키지를 제안한 단체로 기후위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곳이다.
패라지 대표는 지난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에서도) 넷제로 목표에 반대하던 소수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라이트 장관은 “미국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자 한다”며 “오늘날 세계는 석탄, 석유, 가스로 움직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석탄, 석유, 가스의 생산과 수출 그리고 그 증가세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현 영국 정부가 하는 일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광기이고 당신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망상이 시민들을 가난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