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비켜갔다.
정 회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서 K스포츠와 미르 기금출연과 플레이그라운드 일감몰아주기, KD코퍼레이션 납품편의 등 박근혜 게이트 관련 혐의에 대해 계속 “모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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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 회장은 K스포츠와 미르의 기금출연을 놓고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K스포츠와 미르의 기금출연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라고 질문하자 정 회장은 “내용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정 회장은 또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기금출연 관련해 검찰의 공소내용과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정 회장은 플레이그라운드 일감몰아주기와 KD코퍼레인션 납품편의와 관련해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범계 의원은 “검찰의 고소장을 보면 직권남용으로 현대차가 플레이그라운드와 KD코퍼레이션에 돈을 뜯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사실이라고 해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만희 의원은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으로부터 플라이그라운드에 현대기아차 광고를 맡기라는 요청을 전달받은 적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광고업무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며 “기억이 안난다”고 대답했다. 그는 “회사 규모가 크다 보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KD코퍼레이션 이야기를 했냐는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의 질문에 정 회장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최창묵 변호사가 대신 대답했다.
최 변호사는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정 회장, 그리고 김 부회장 등 4명이 있었다”며 “면담이 끝날 때 쯤 KD코퍼레이션을 언급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대기업 총수 모두에게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할 뜻이 있는지를 묻자 정 회장은 “의사는 있다”고 대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정 회장이 이날 청문회장에 들어올 때 정 회장의 수행원이 민간인을 폭행했다며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사람도 많고 실수로 치게 된 것 같다”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점심시간 정회 전까지 단 한 건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오후에 청문회가 재개된 뒤에도 의원들의 관심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쏠리면서 입을 열 기회가 적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오후에 청문회가 재개되자마자 정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나이와 병력 등을 고려해 조기 귀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야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범계 의원은 “손경식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보다 목소리가 우렁차다”며 “정몽구 회장에 대한 조기 귀가도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