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상상 속에 머물러 있던 여러분의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 넣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을 소개하는 정유석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대차의 세 번째 E-GMP(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이자, 역대 최고 성능을 갖춘 플래그십 전기차 아이오닉9을 지난 12일 직접 타봤다.
시승 차로는 아이오닉9 캘리그래피(7941만 원)에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 등 모든 옵션(218만 원)이 다 들어간 8159만 원 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외관에서부터 물 흐르는 듯한 디자인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오닉9 디자인은 보트(Boat)에서 영감을 받아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을 두고 ‘타는 것’이 아닌 ‘살아보는 것’으로서의 가치를 전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아이오닉9 길이는 5060mm, 너비는 1980mm다. 기아 카니발보다는 조금 작지만 제네시스 GV80과 싼타페보다는 더 큰 덩치를 자랑한다. 올해 1월 출시된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같은 크기다.
시승 프로그램에서는 6인승 차량을 제공받았는데, 3열에 앉아도 큰 불편함 없을 느낄 수 없었다. 뒷자석을 접으면 차박을 해도 충분할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이 날은 시승 내내 눈과 비가 내려 대부분 구간을 제한속도에 한참 못 미치게 운행해야 했지만, 직선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아이오닉9만의 속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이오닉9 공기저항 계수는 현대차 역대 SUV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인 0.259다. 중형 SUV 싼타페의 공력계수는 0.296,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은 0.288이다.
굳은 날씨 덕분에 안정적 주행성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면이 젖어 있고 눈·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순간 가속을 해도 미끌림 없이 바닥에 붙는 느낌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주행할 때는 주로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정보를 확인하긴 했지만,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표시되는 정보들을 파악하는 데 불편함 없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3종 카메라 클리닝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번호판 위쪽으로 배치된 후방 모니터, 디지털 중앙 미러, 빌트인 캠 등 카메라 3개를 고압으로 세정해 악천후로 인한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빗물로 중앙 미러가 뿌옇게 흐려졌을 때 클리닝 시스템을 작동하면 다시 선명한 화면으로 후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카메라의 위치 때문인지 중앙 미러가 흐려지는 경우가 잦았고 수시로 클리닝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는 점은 번거로웠다.
반면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시승 내내 눈과 비가 내렸는데도 선명한 화면을 유지했고 운전하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어시스턴트 기능도 편리했다. 사람에게 말하듯 편하게 얘기해도 지시한 사항을 잘 인식해 수행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에 100와트(W) 짜리 USB C타입 단자를 적용했다. 1열과 2열, 3열에 모두 단자가 설치돼 있다. 100W 출력은 휴대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노트북과 태블릿PC까지 고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 잔량이 50% 밑으로 떨어졌던 스마트폰을 충전 케이블에 연결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90% 이상까지 충전되는 성능을 보여줬다.
프레스티지부터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가 기본 탑재된다. 모두 14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가 포함됐다.
발라드부터 댄스, 힙합,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는데, 어떤 장르에서든 차량 스피커로 듣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음질이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에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흡음타이어도 적용했다.
전기차는 특성상 정숙성에 있어서 내연기관차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날씨 때문에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고 풍절음 등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았지만 큰 불편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출발지인 그랜드 워커힐 서울부터 기착지인 경기 양평군 이함캠퍼스까지 47㎞ 코스에서 아이오닉9의 1kWh당 전비는 4.5㎞를 기록했다. 시승 차량의 공인 복합전비는 1kWh당 4.1km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