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EX30 1년3개월 기다렸는데 '메이드인차이나'에 중국산 배터리 탑재까지, 소비자들 분통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2-12 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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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충북 제천에 사는 A씨는 2023년 11월 볼보 소형 전기차 'EX30'을 사전 예약했다. 하지만 차량 인도는 계속 미뤄졌다. 1년이 넘게 기다려도 볼보자동차코리아 측은 감감무소식었다.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다른 차를 구매했지만, A씨는 그래도 EX30 받을 날만 기다렸다.
▲ 볼보 EX30. <볼보코리아>
무려 1년 3개월을 기다란 끝에 A씨는 볼보코리아가 차량 인도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날듯이 기뻤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었다. A씨는 이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에서 생산된 볼보 차가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고, 게다가 배터리도 국산이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중국산 차를 받는 것도 분통 터지는데, A씨가 선택한 브리즈 색상 인테리어 차량은 국내 수입이 몇 개월 더 늦어진다는 볼보코리아 딜러사 측 안내에 A씨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12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사전계약을 시작한지 1년3개월 만인 이달 출고되는 볼보코리아의 EX30에 대한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EX30에 중국 배터리 기업인 ‘선우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다. 선우다는 지난해 세계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0위에 그쳤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 불과하다.
배터리 팩은 지리자동차 계열사 ‘브렘트’가 만들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선우다와 브렘트가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두 기업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묻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EX30이 무늬만 볼보이지 사실상 중국차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스웨덴 프리미엄 브랜드였던 볼보가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자동차)에 인수되면서 EX30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중국 배터리까지 탑재했기 때문이다.
볼보가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 판매 모델에는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이 빠졌기 때문이다. 차선 변경 보조는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방향 지시등을 켜면 차량이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이다. 해외에서는 EX30 울트라 트림에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이 포함돼 있지만, 국내 판매용 EX30 울트라 트림에는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이 없다.
▲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사진)는 EX30 가격이 해외 다른 시장에 비해 낮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 생산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볼보코리아>
국내 한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 이용자 B씨는 “판매할 의지가 없는 차종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아나보다”라며 “예약금으로 이자나 쏠쏠히 받아먹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식인 것 같다”는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볼보코리아는 서울시 보조금 예상치를 기준으로 EX30 코어 트림은 4475만원, 울트라 트림은 4903만원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지난 6일 경남 김해 롯데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EX30 시승 행사에서 "우리 경제와 전기차 환경의 어려움을 고려해 지난 1년간 본사와 정말 많이 싸웠고, 본사를 설득한 끝에 EX30 울트라 트림 가격을 330만원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판매 가격을 낮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에서 생산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볼보 차가 세계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든지 품질 기준은 동일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중국 공장에서 생산됐다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