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0 재계 희비] 트럼프발 역풍 직면한 씨에스윈드, 김성권 미국 에너지 정책 변화에 촉각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2-11 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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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전면에 내건 직후부터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탈세계화가 임기 초반부터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가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한국 주요 기업과 경영자들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의 강화된 무역 장벽은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이를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조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풍력발전에 부정적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향후 실제 정책 변화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이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에서 풍력발전을 둘러싼 정책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꾸준히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태양광발전에는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풍력발전을 놓고는 “쓰레기”, “내 두 번째 임기 중에는 미국에 신규 풍력발전소를 짓지 않겠다” 등 공격적 발언을 내놓았다.
취임 당일에는 육상 및 해상 풍력발전 인허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 보조금 지급 등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씨에스윈드의 풍력타워와 하부구조물 매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나오는 만큼 김 회장으로서는 미국의 정책 방향 변화를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씨에스윈드의 전체 매출 가운데 미주 지역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41.4%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64.8%까지 늘었다.
이같은 씨에스윈드의 미주 지역에서의 성장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독려에 크게 수혜를 본 데 따른 결과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3년에는 직접 씨에스윈드의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환영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통과됐고 2022년 인수 당시 400명 수준의 씨에스윈드 미국공장이 직원이 현재 900명까지 늘어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2028년까지 생산량을 3배까지 늘려 시대적 요구인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풍력발전 관련 정책 대부분의 폐지 혹은 축소를 추진하는 만큼 씨에스윈드는 바이든 정부 당시와 비교해 정반대 상황에 놓이게 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오른쪽)이 2024년 11월29일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씨에스윈드>
다만 씨에스윈드가 미국의 정책변화에도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김 회장으로서는 다행스런 대목으로 여겨진다.
이미 확보한 수주 물량이 상당한 데다 최근 해상풍력용 타워의 단가 상승 등이 이뤄진 점이 근거로 꼽힌다.
씨에스윈드는 2023년에 매출 1조5200억 원, 영업이익 1050억 원을 거둔 뒤 2024년에 매출 3조2110억 원, 영업이익 3200억 원으로 실적이 크게 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올해는 매출 3조 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지만 영업이익은 3500억 원 수준으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리스크에도 씨에스윈드는 타워와 하부구조물 부문에서 꾸준하게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부구조물은 지난해 11~12월에 3건의 공시를 통해 약 1조 원의 수주가 유입됐고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풍력발전과 관련한 지원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진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인공지능(AI)의 확산 및 산업의 전기화에 따른 전체 전력 수요가 가팔라 아무리 풍력발전에 부정적 태도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에서 풍력발전의 전기 생산 비중은 이미 1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무조건 멈춰세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NEF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가격 하락이 강력한데 해상풍력은 제약은 받을 수 있으나 육상풍력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들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시설이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등를 통해 수혜를 보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풍력, 태양광 개발업체에 지급되는 클린에너지 관련 투자세액 공제 등은 폐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최소 15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공화당 상원대표 역시 풍력 지원론자인 만큼 2032년까지 지급하기로 정해진 기간을 일부 단축하는 수준에서 수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