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2-10 14: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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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가 GS리테일과 협업을 통해 약 3천 개의 GS25 점포에서 무신사스탠다드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사진은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가 편의점 GS25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 제품을 선보인다. 대중적이면서도 대규모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 접근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집을 키우려는 행보로 보이지만 자칫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힙한 무신사’가 ‘편의점 무신사’로 바뀌는 순간 외형 확장이 오히려 기업가치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무신사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IPO를 앞두고 올해 빠르게 외형을 확장해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무신사는 3월부터 전국 3천 개 GS25 점포에서 GS25 전용 제품인 ‘무신사스탠다드익스프레스’를 선보인다. 기존 온라인 중심의 유통망을 오프라인으로 넓히는 동시에 편의점이라는 대중적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이번 편의점 입점이 단순한 유통망 확대가 아니라 상장을 염두에 둔 외형 확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무신사의 IPO 추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면 빠른 매출 성장과 브랜드 확장이 필수적이다. 이번 GS25 입점을 통해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도 단기간에 판매량과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무신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5202억 원, 2022년 7085억 원, 2023년 9931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무신사스탠다드는 무신사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무신사는 무신사스탠다드의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으나 ‘제품 매출’을 통해 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제품 매출은 기업이 원재료를 구매해 직접 제조·판매한 매출을 의미한다.
무신사의 2023년 제품 매출은 260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6.2%를 차지한다. 2018년 8억 원에 불과했던 제품 매출은 2021년 871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179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은 총 19개다. 2021년 6월 1호점을 연 이후 3년8개월 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결과다. 하지만 GS25와 손잡으면서 단번에 3천 개 점포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GS25는 전국에 1만8천 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로서는 자체 매장을 직접 늘리지 않고도 오프라인 시장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 무신사스탠다드를 GS25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사진은 무신사스탠다드 롯데백화점 동탄점 매장. <무신사>
특히 편의점의 주요 소비층이 20~30대라는 점에서 무신사의 핵심 고객층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들이 편의점을 통해 무신사스탠다드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GS25의 상품 다변화 전략과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가 아닐까 싶다”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번 협업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자칫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신사스탠다드는 그동안 주요 백화점, 대형 쇼핑몰, 플래그십매장 등을 중심으로 유통되며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품질’을 내세워 비교적 프리미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좋은 트렌디한 기본템’이라는 인식을 심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 편의점 입점이 이러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흔들 수 있다. 편의점과 같은 대중적인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면 브랜드의 희소성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저렴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무신사가 쌓아온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 정체성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IPO를 앞두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무신사가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GS25 전용 제품인 ‘무신사스탠다드익스프레스’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전략을 유지한다면 브랜드 가치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신사가 편의점 전용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며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와 대중적인 제품군을 분리한다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정규 매장과 아웃렛을 차별화해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중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있다. 두 브랜드는 정규 매장에서는 최신 프리미엄 제품과 한정판 콜렉션을 판매하는 반면 아웃렛 매장에서는 이전 시즌 제품이나 별도로 제작한 할인 상품을 제공한다.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까지 함께 공략하는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랄프로렌은 ‘폴로랄프로렌’과 ‘폴로팩토리스토어’를 운영하며 백화점과 플래그십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아웃렛 전용 제품을 차별화하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기 어려우나 편의점 전용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익스프레스’를 통해 일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새로운 라인을 통해 무신사 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전반적인 무신사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