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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2015년6월23일 메르스 사태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며 눈을 감고 있다.<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선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로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한지 약 1년반 만이다.
이 부회장은 6일 10시부터 국회에서 진행되는 ‘박근혜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재계 총수 9인과 함께 증인대에 서게 되는 것이지만 특히 이 부회장에게 국민적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내놓은 것 외에도 최순실씨 모녀의 승마 활동을 위해 삼성전자에서 거액을 별도로 지원한 것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은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뇌물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관련 의혹이 다방면에 걸쳐있는 삼성그룹에 의원들의 십자포화가 퍼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올해 49세로 이날 출석 예정인 9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경영에 나선 뒤에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삼성그룹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를 한 적 있으나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이었다. 또 당시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3분에 국한됐고 일체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올해는 삼성전자에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데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 또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청문회 생중계를 통해 국민 앞에 모습을 내보이는 초유의 사안에 긴장감과 무게감은 지난해와 비교할 바가 아닌 셈이다.
삼성그룹도 미래전략실과 법무팀 등을 중심으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놓고 사전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은 그룹 총수로서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이 부회장에게 뼈아플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3세 경영의 닻을 올리자마자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최대 규모의 인파가 운집한 6차 촛불집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 정치권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 외에도 정권과 결탁한 재벌, 특히 재벌을 대표하는 삼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박근혜정권 퇴진 국민행동',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사적으로 활용, 막대한 손실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박 대통령, 최씨, 이 부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국민청원단 모집도 12일까지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청문회에서 처신과 발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성의없는 답변, 상식선에서 납득되기 어려운 증언을 내놓을 경우 삼성을 향한 촛불도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앞으로 특검에서도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 여부와 관련해 집중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이 부회장의 증언이 특검을 통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이 형사처벌 대상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까지 입힐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태 초기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과 관련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해 '관리의 삼성'이란 명성에 흠집도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재계 총수가 나온다고 해도 사안의 심각성이나 관심도 측면에서 TV 생중계로 진행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입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릴 것”이라며 “삼성 후계자로서 위기관리 능력과 자질은 물론 도덕성, 준법성 등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6일 국정조사 특위는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며 편법 경영승계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던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 규제 프리존법 폐지 등 대기업 특혜법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윤소하 의원(정의당) 등이 야당 측에서 날선 질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