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첫 해 새로운 기록을 여럿 세웠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고 밸류업을 등에 업고 국내 은행주 최초로 주가 10만 원대로 올라섰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연간 순이익 5조 원을 거두는 성과를 내면서 리딩금융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
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KB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의 강점과 이익창출력을 입증했다.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자본비율과 자사주 매입 규모 등에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이익체력과 자본력의 우위는 변함이 없다고 분석됐다.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기대치에 못 미친 KB금융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여력의 부재보다 속도 조절”이라고 바라봤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은 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주가 프리미엄 일부 희석이 예상된다”면서도 “금융업종에서 최고의 이익체력과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위적 자산 감축이 없었던 만큼 하반기 자사주 매입 규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전날 2024년 연결기준으로 지배주주 순이익 5조782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KB금융을 포함 국내 금융지주 연간 순이익이 5조 원대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과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신한금융(4조5175억 원)과 순이익 격차도 2023년(1954억 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벌어졌다.
KB금융은 증권,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이익기여도를 40% 수준으로 올린 반면 신한금융은 비은행 실적 부진에 타격을 입었다.
양 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순이익 5조 원 신기록으로 비은행 강화 성과를 입증한 셈이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의 안정적 포트폴리오 등 기초체력이 부각되면서 밸류업에도 힘을 받았다.
KB금융 주가는 2024년 10월24일 양 회장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직접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8.26% 상승하면서 10만1천 원을 보였다. 12월3일에도 다시 10만 원선 위로 올랐다.
4대 금융은 물론 국내 은행주 최초다.
증권업계는 KB금융이 지난해 밸류업 수혜를 가장 크게 받으면서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었던 것은 주주환원 등 밸류업 이행을 놓고 시장의 높은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 KB금융그룹이 5일 2024년 실적발표와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 13%를 초과한 자본 1조7600억 원을 모두 2025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자타공인 밸류업 ‘모범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로 증명한 밸류업이 지난해 KB금융의 ‘명(明, 밝음)’이라면 금융사고 최다 발생 금융사라는 ‘암(暗, 어둠)’도 존재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2024년 지주·은행 정기검사 결과에 따르면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부당대출 금액이 892억 원, 부당대출 건수는 291건에 이르렀다.
우리은행(2334억 원)보다 금액은 적었지만 금융사고 건수는 우리은행(101건), NH농협은행(90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KB금융은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 개별 영업점 감사체계가 느슨하고 여신 이상 징후를 적발하는 시스템에 금융사고 정보가 적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밖에도 시행사와 브로커 등과 조직적으로 계획한 일부 작업대출 사례에서는 영업점 직원이 금품, 향응 등을 받은 정황도 적발됐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직원이 파생상품 등을 권유·판매한 사례, 고객 개인신용정보 관리 부실도 있었다.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또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 부실자산을 떠안는 방식의 편법 지원과 해외 자회사 유동성 지원 관련 의사결정 절차의 미흡도 나타났다. 경영진의 직접적 책임 문제를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양종희 회장은 지난해 9월 KB금융지주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는 지키고 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변화하는 ‘새로고침’ 경영법을 모두 함께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같은 해 10월30일 금감원에 내부통제 관련 책임소재를 문서화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체계를 ‘새로고침’ 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KB금융의 ‘영광’을 든든히 뒷받침한 비은행사업 포트폴리오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양 회장이 순이익 5조 원 기록 다음으로 KB금융에 새롭게 남길 유산에 시선이 주목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