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인터넷서점 사업을 철수한다. 도서판매사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향후 SK플래닛이 키우려는 사업과 연관성도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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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인 11번가가 인터넷서점 사업인 ‘도서 11번가’를 철수한다고 20일 밝혔다. 11번가는 오는 29일부터 G마켓이나 옥션처럼 도서는 작은 카테고리 영역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1번가가 추진하던 전자책(eBook) 서비스도 종료된다. 기존 전자책 이용자는 콘텐츠를 다운받은 단말기로만 향후 5년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
11번가는 사업초기 “업계 1위인 예스24와 같이 대형 인터넷서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 11번가가 이번에 도서판매사업에 손을 떼게 된 것은 그동안 도서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후발주자로서 예스24나 인터파크 도서와 같이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을 만한 전략을 강구하지 못했다. 예스24가 충성심 높은 우량회원을 관리하고 인터파크가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 탭’ 홍보에 사활을 거는 데 비해 11번가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으면서 도서시장 자체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점도 철수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도서판매 규모는 2011년 2조8천억 원을 정점으로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서점 매출도 2011년 9500억 원을 달성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플래닛의 사업영역 변화전략도 11번가의 인터넷서점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쳤다.
SK플래닛은 최근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전자상거래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매장에서 쓸 수 있는 멤버십 카드나 쿠폰들을 모아놓은 모바일 플랫폼 ‘시럽’을 열었다.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자상거래(커머스) 시장의 80%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남아 있다”며 “SK플래닛은 전국 170여만 곳에 이르는 매장들을 잠재적 파트너로 삼고 모바일 기술을 통한 오프라인 커머스의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철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1일 “SK플래닛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했다”며 “커머스분야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SK플래닛은 효율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인터넷서점 사업은 전자책 투자나 물류센터 배송관리 등 구축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작 수익이 많이 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점은 접었지만 11번가의 올해 실적은 고공행진중이다. 모바일 쇼핑에서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11번가는 최근 모바일을 통한 판매액이 전체 판매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11번가 모바일 순방문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648만 명으로 G마켓 636만 명을 앞질렀다.
11번가는 올해 하반기에 1조 원 판매액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모바일을 통한 판매액이 크게 늘면서 지난 6월 올해 판매 목표액을 1조7천억 원으로 올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