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정면으로 마주 앉았다.
홍 전 차장은 12·3 계엄선포 당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직집 받았다고 또 다시 증언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이에 윤 대통령은 헌재 재판관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고수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5차 변론기일을 열어 국회 측 증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 심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국회 측의 탄핵소추 논거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인들이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한 사람당 90분씩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세 번째 증인으로 나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국회 증언을 통해 지난해 12월3일 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고 지시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다만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등과 관련한 국회 측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이 전 사령관은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 이후 "이번 사건을 보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느니 받았느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실적으로 발생할 만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때 경위나 지시에 대해 수사나 재판에서 얘기가 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지시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살해 의도를 갖고 흉기를 휘둘렀는데 빗나갔다면, 우리는 그에게 죄를 묻지 말아야 하나.
앞서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이날 헌재 증언을 맞아 헌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부하'가 정면으로 자신을 공박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5차 변론에 출석해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날 헌재 변론 현장에서는 증언을 거부했지만 이진우 전 사령관도 국회에서 국회 봉쇄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이 이처럼 꿋꿋하게 '홀로 주장'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이어가는 것을 두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진단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객관적 증거와 증언이 불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기대할 곳은 여론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강성지지층을 결집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자필 편지와 영상 담화 등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동원하기 위한 여론전을 펼쳐왔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되기 전에는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했고, 체포 직후에는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체포 이후 자필 편지 등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했다.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을 문제 삼는 일도 강성지지층 여론을 자극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일 입장문을 내 "재판부의 권위와 재판이 공정하다는 신뢰는 내부에서 문제없다고 강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회피 촉구 의견서를 냈다.
그러면서 "정치적 예단을 드러내고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보인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즉시 회피해 탄핵심리의 공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는 일반 시민과 청년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위한 국민변호인단'을 모집한다고 1일 밝혔다. 그리고 4일 오후 4시 현재 4만5692명을 기록하고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1월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제 그 방어방법으로 택한 것이 법리적 방어라기보다는 여론을 동원한 정치적인 방어의 길을 선택했다고 본다"며 "그래서 여론전을 통해서 본인 지지세를 확장해서 힘으로 막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