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체제 10년 만에 3조클럽 진입, 러시아·베트남서 실적 확대 길 찾아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1-31 17: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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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지난해 취임 10년 만에 회사의 3조 매출 달성을 이끌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부터 러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를 늘려 추가적 실적 성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겸 오리온 부회장. <오리온>
[비즈니스포스트]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취임 10년 만인 지난해 연간 매출 3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허인철 부회장은 내수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러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판매량을 늘려 추가적인 실적 확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리온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실적 추정치 평균)는 매출 3조1003억 원, 영업이익 545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보다 매출은 6.45%, 영업이익은 10.79% 증가하는 것이다.
추정치 대로라면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매출 ‘3조 클럽’에 처음 진입하게 된다. 2023년 기준 연간 매출 3조 원을 넘긴 국내 식품기업은 9개사뿐이다.
신세계그룹 출신인 허 부회장은 경영지원실 부사장과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부사장, 경영전략실 사장을 거쳐 2012년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4년 7월부터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맡았고, 2017년 6월 오리온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오리온 경영총괄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10년 만에 오리온의 3조 클럽 입성을 달성한 허 부회장은 해외에서 추가적 실적 확대의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수 경기 침체 속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국내 식품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데다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해외에서 2023년 기준 매출의 64%를 올린 제과업체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 24.5%, 크라운해태 7%보다 해외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오리온의 지난해 1~9월 해외 시장별 매출 비중을 보면 중국은 41%, 베트남은 15%, 러시아는 7%, 인도는 1%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오리온의 국내 매출 성장은 3%대 수준을 보인 반면 베트남에서 약 9%, 러시아에선 14~16%대 성장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 “오리온 내수는 올해도 성장 기여가 미미하겠으나, 해외 매출 성장률 회복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허 부회장은 올해 러시아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판매의 한 단계 성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지난해 3분기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률이 100% 넘어서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회사는 러시아 현지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 오리온은 2006년 러시아에 뜨베리 공장을 준공하고, 2008년에는 노보 공장을 준공했다. <오리온>
오리온 관계자는 “현지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긴 상황에서 초코파이등 현지 제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이미 러시아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현지 판매실적을 크게 키운 경험이 있다.
오리온은 2022년 러시아 트베리주에 신 공장을 건설하며 기존 대비 현지 생산량을 2배가량 늘렸다. 그해 오리온의 러시아 매출은 2098억 원으로 전년(1170억 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회사는 혹한의 기후 속 따뜻한 차에 디저트를 즐기는 러시아 문화에 맞춰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 10여 종을 출시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꾸준히 현지 제품 수요를 늘려왔다.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뒤 현지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 급격한 매출 증대를 이뤄낸 것이다.
앞서 오리온은 2006년 트베리 공장을 설립하며 20조 넘는 러시아 제과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2008년 노보 지역에 러시아 2공장을 준공했다.
오리온은 현재 호치민 미푹 공장과 하노이 옌퐁 공장 등 베트남 현지에서 2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베트남에서도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옌퐁 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인데 올해 증설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노이와 호치민에 베트남 3, 4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신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는 이미 확보했고 첫 삽을 뜨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리온은 지난해 4분기부터 베트남에서 파이, 스낵 등 주력 분야 신제품 출시를 확대하며 현지 수요를 다지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 “오리온은 올해 베트남 신제품 확대로 매대 선점과 수출 증가, 러시아 카테고리 확대 및 유통망 확대, 생산능력 증설로 전체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부회장은 초코파이를 앞세워 인도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인구는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에 올랐고, 2023년 기준 1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인구만 4300만 명을 넘어선다.
오리온은 2021년 현지 업체 ‘만 벤처스’와 손잡고 2021년 라자스탄주에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국내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지만 인도 초코파이 시장은 2004년 일찌감치 현지에 진출한 롯데웰푸드가 7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러시아에서 성공 사례를 썼던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오리온은 현재 인도에서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초코파이 제품만 5종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고려해 한국의 맛을 강조한 ‘K-스낵’ 등 신제품도 지난해 출시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는 땅이 넓고 인구도 많은 시장인 만큼 지난해부터 소득 수준이 높은 인도 북동부시장에 집중해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면서 현지 시장을 지속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