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연말에 내가 일하는 출판사 세이코리아는 ‘특이한’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사주가 MBTI를 만나면'인데 이 책을 만들며 저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를 했다. 그 덕분에 자주 접하면서도 무슨 뜻인지 몰랐던 사주명리학 관련 용어들이 새롭게 다가왔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 세이코리아의 '사주가 MBTI를 만나면'.
젊은 직장인이자 일명 ‘사주쟁이’인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사주의 효용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운명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 해석’에 가깝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과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건 주어진 조건이나 외부 환경이 아니라 주체의 선택이다. 우리가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진다.
조건이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는 있고, 내 강점과 약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내리는 선택의 퀄리티가 훨씬 높다.
사주명리의 기본은 동양의 고전철학이다. 철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고 해석의 틀이다. 이 세계관의 핵심은 ‘특정한 시공간은 일종의 기운을 품고 있고 이 기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순환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계절적 기후, 빛의 정도, 자연물의 성장과 소멸이 혼융된 자연의 총체적 기운이 천기(天氣)이고, 천기를 담고 있는 시간성이 ‘시간의 특이성’이며, 그 특이적 시간성을 표현한 것이 음양오행이고 사주팔자(四柱八字)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시공간(연월일시)의 기운을 가리키는 8개의 수사적 기호다. 기호는 결정되어 있지만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 형식과 방법론은 존재하지만 그 내용과 방법적 운영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는 그 지점, 바로 그곳에서 우리의 운명은 시작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주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타고난 기질적 본질과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 그리고 그 변화를 알려주는 학문이다.
2024년 하반기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5년에는 2024년에 시작된 변화의 진폭이 각 주체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더 확대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조직의 미션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급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정답은 늘 그곳에 있다.
또한 극심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생존하려면, 그리고 생존을 넘어서 성장을 도모하려면 유연한 활동성을 갖춰야 한다. 변화의 바람에 눈과 귀를 닫아서는 수성도 불가능한 정세다.
그 지점에서 책은 다시 한번 유의미성을 획득한다. 최근 어떤 지인이 경제경영서를 중심으로 출간목록을 꾸리고 있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사람들이 경영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요? 왜 이런 책을 내려고 해요?”
‘시대성’은 출판의 의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은 ‘시장’이다. 우리는 모두 그 전장의 한복판에서 다양한 크기와 모양과 색깔의 발자국을 남기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비즈니스맨이다.
그 시장의 한복판에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들을 가치가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딛는 내 걸음도 언젠가는 인구에 회자될 ‘전설’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이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 내 시야에 갇혀서는 안 된다. 이야기하고, 듣고, 끊임없이 현실과, 시대와, 대중과 소통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도 없고,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 현재는 의미가 없다.
▲ 박진희 세이코리아 본부장은 변화 폭이 확대되는 2025년 책에 담긴 시대 흐름과 소통을 통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리어케어>
그런 의미에서 책은 저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의미 깊은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책의 위기라고 모두가 말하지만,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는 매개체로서 책만큼 좋은 것은 없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 책이 그렇다.
나는 새로운 변화와 기회 앞에서 새해에도 열심히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남기려고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성취를 일궈낸 사람들의 경험과 철학과 생각을 담으려고 한다. 늘 귀를 활짝 열어두고 배우고 싶은 열정에 눈을 빛내는 독자들을 만나려고 한다.
어떻게 일해왔는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일할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 모든 이야기를 책이라는 물성에 담고 싶다.
새해는 영원히 새롭다. 이 새로운 기운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는 모두 독자이면서 예비 저자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남기는’ 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남기길, 유연하게 생존하고 활동적으로 확장해 나가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 ‘책’이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박진희 세이코리아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