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지룽항 인근 석문풍력발전소에 위치한 풍력 터빈. 비즈니스포스트는 18일 환경재단에서 진행한 친환경 교육프로그램 '그린보트'에 동행해 이곳을 찾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지룽항(대만)=비즈니스포스트] "현재 대만 국토 내에는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만한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추후 건설하는 발전단지들은 모두 해상에 건설하기로 돼있다."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는 섬나라 특성상 제한된 국토 면적 때문에 대만에 있어 해상 풍력이 가장 현실적인 재생에너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환경재단에서 진행한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 '그린보트'를 통해 18일 대만 지룽항 인근 '석문풍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석문풍력발전소는 덴마크 베스타스사가 건설한 대만 최초 풍력 발전단지다. 1993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해 여러 개수 작업을 거쳐 지금까지도 전력을 생산해오고 있다.
현재 발전 규모는 약 660킬로와트 수준으로 약 17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는 "첫 건설 당시에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며 "소음과 환경영향 등 여러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인데 전력공사에서 주민들과 타협을 거쳐 협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만전력공사는 대만에 있어 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고 있다. 한국과 같이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대만은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탄소 배출량에 기반한 관세 장벽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만전력공사는 2020년 기준 5%에 불과했던 자국 재생에너지 비중을 올해 안으로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 경영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만은 해당 비중을 9.5%까지 끌어올렸다.
대만 현지 안내자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대만 정부는 원자력이라는 대안을 고려한 적도 있다"며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대만 정부는 원전을 전환 대상으로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석문풍력발전소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 덴마크 베스타스사가 시공해 대만전력공사가 운영을 맡아 1993년부터 상업 운전을 해왔다고 기록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실제로 후쿠시마 사태 이전에는 지룽항 인근에 신규 원전을 건설할 부지가 마련됐으나 대만 정부는 해당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구매했던 연료봉도 미국에 모두 매각했다.
대만전력공사는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해상풍력 발전 확장 계획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대만 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만은 해상풍력 터빈 374기를 보유해 약 3.04기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7위 규모로 2025년 안으로 세계 6위 해상풍력대국 벨기에의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는 "해상풍력뿐 아니라 현존하는 지상 풍력 발전단지들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며 "현재 석문풍력발전소 생산량은 660킬로와트에 불과하지만 재건축 작업이 끝나면 4천 킬로와트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풍력발전사업자와 인근 주민들 사이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소음 문제가 꼽힌다. 바람이 부는 동안 날개가 돌아가면서 모터를 회전시키기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가 꾸준히 발생한다.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고 주민들과 조율해 조화롭게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풍력 터빈은 기술 개선을 통해 약 1킬로미터 내외에 있는 사람들만 소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석문풍력발전소에 위치한 풍력 터빈은 수백 미터 안으로 접근할 때까지 거의 소음을 들을 수 없었다. 취재단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그린보트 승객들도 "가까이 갈 때까지 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는 "날개가 오작동하는 상황을 대비한 안전 체계도 갖추고 있다"며 "바람의 방향이 변하면 최적의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해 날개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이때 날개 중 하나라도 위치에서 어긋나면 곧바로 가동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관계자를 파견해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