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1-24 15: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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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자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인 ‘리니지’를 지키기 위한 힘겨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는 최근 카카오게임즈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웹젠과의 저작권 분쟁도 장기화되면서 리니지 IP 보호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 23일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은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 <엔씨소프트>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날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에서 엔씨소프트의 청구를 기각했다.
2023년 4월 엔씨소프트가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의 결과가 2년 만에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라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엔씨소프트가 완패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1심 판결 이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판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를 개발한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최고개발책임자(CCO)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김택진 대표와 함께 리니지를 개발한 이력이 있다. 이에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 CCO가 만든 게임이 리니지 IP 저작권 침해 시비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아키에이지 워’는 수많은 리니지라이크 작품들 속에서도 특히 유사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게임이다. 그간 일부 게임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과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에서 비슷한 점을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아키에이지 워’는 저작권법이 어느 정도까지 유사성을 허용하는지 시험해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왔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소송에 앞서 경쟁사들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벌였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2021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승소했지만, 2심은 3월27일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1심에서 이긴 엔씨소프트가 2심에서도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본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 소송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R.O.M)에도 지난해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변론기일이 열렸다.
▲ 사진은 리니지M 공식이미지.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핵심 IP로, 원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과 ‘리니지W’까지 확장되며 MMORPG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다.
김택진 대표도 리니지 시리즈에 대해 개인적인 애정을 표하며 회사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리니지의 성공 이후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유사 MMORPG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이용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일부 이용자들은 경쟁작으로 이탈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법적 대응만으로 유사 게임의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임 관련 저작권이 인정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앞서 승소했던 웹젠과의 1심에서도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엔씨소프트가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더라도 소송 과정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설사 승소한다 해도 경쟁작의 서비스 강제 종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은 피해 보상금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MMORPG 장르 자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도 엔씨소프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력 장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그 사이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IP의 가치는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 유사성에 대한 논란이 컸던 데다 웹젠과 소송전 선례가 있었던 만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라며 “이번 소송은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