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네 시간 가깝게 증언을 이어갔다.
24일 김 전 장관의 증언이 상세히 알려지면서 다른 관련자 증언, 수사당국 조사, 심지어 자신의 과거 발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 많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어떻게 다른지, 혹시 '거짓말'은 아닌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실무자를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줬다”
김 전 장관이 20일 변호인단을 통해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려고 작성했고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넸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헌재 증언에서 말이 달라진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은 2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많은 증언을 쏟아냈다. <연합뉴스>
최 권한대행이 2024년 12월13일 국회에서 증언한 내용과도 충돌한다. 최 대행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돌아갈 때 참고하라면서 접은 쪽지 하나를 줬다”고 증언했다. 이후 같은 달 17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대답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도 반대쪽을 가리킨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해당 문건을 준비해 최 대행에게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기재부장관이라고 부르면서 실무자가 손짓하자 실무자가 접혀있는 쪽지를 최 대행에게 건네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최 대행으로부터 확보했다고 한 언론은 보도했다.
“(국회를 봉쇄하라는 지시가 아니라) 질서유지에 반하는 인물이 접근하는지 잘 보고 선별해서 출입시키라는 취지였다.”
서울경찰청 지휘망 녹취록은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녹취록을 보면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장은 서울 영등포서 경비과장에게 2024년 12월3일 밤 11시37분 “전원 통제입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고 무전을 보냈으며 몇 초 뒤 “국회의원 포함해서 전부 통제”라고 거듭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장 역시 같은날 11시54분 “현 시간부로 국회 내에서 출입하는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길 바랍니다”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특전사 병력을 출동시킬 것을 지시했고 곽 전 사령관은 무장한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켜 국회의사당 봉쇄를 시도했다”고 적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출입문 통제 때문에 국회의사당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많은 사람이 담을 넘어 들어갔다면 봉쇄가 안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준 명단은) 체포 명단이 아니고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 명단이다. 대상자를 몇 명 지목해 동정을 살피라고 지시한 것이며 체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국회에서 전혀 다른 말을 거듭 내놨다.
홍 전 차장은 22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계엄 당일 10시53분 정도에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 방첩사를 적극 지원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후 11시6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정치인 체포 명단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지시했으며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물증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이 작성한 14명의 체포명단 메모를 확보했으며 이 메모가 ‘여 방첩사령관이 지시한 체포 명단’이라는 진술 역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사령관에게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2024년 12월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를 하셔서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 이렇게 말씀하셨다”라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같은달 6일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출연해서도 본회의장에 있는 극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그런 지시를 받았는데 현장에서 판단했을 때는 명백히 국회의원 끌어내는 것은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그 임무를 지키지 않고 병력들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서 “피고인은 곽종근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국회의사당 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또한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장, 1공수특전여단장에게 “대통령님 지시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이 소수(250명)의 병력만 투입하겠다고 해 계엄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제 생각과 달랐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라 존중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을 보면, 707특임단 197명, 1공수여던 400명, 3공수여단 271명, 9공수여단 22명, 특수작전항공단 49명, 국군방첩사령부 200여 명 등 약 1500명의 병력이 국회에 투입됐다.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역시 2024년 12월15일 “현재까지 조사결과 국방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500여 명이 이번 계엄에 동원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사나 여론조사꽃에 병력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본인이며 윤 대통령은 병력 투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곽종근 전 사령관은 2024년 12월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12월1일 정도에 6개 지역(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등)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계엄의 목적이 거대 양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의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냐는 재판관 질문에)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기 보다는 부정선거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의 목적을 다르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