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소비자·유통

[CJ 문화투자 30년]③ '문화판'은 어떻게 '문화산업' 됐나, CJ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만들었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1-24 14:17:24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편집자 주>
K콘텐츠 전성시대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하는 외국인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서구권 콘텐츠를 즐길 줄만 알았던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진 셈이다.

문화 불모지였던 한국이 콘텐츠 수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양에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산업 종사자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다. 식품사업을 하다가 느닷없이 문화로 손을 뻗친 CJ그룹의 역할도 절대적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J그룹이 문화투자에 뛰어든 지 3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그동안 CJ그룹이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이재현·이미경 뚝심, ‘아시아 할리우드’ 만들자던 꿈 CJ로 일궜다
② CJ 명실상부 ‘한류 선봉’, 영화·드라마·예능·음악 글로벌 종횡무진
③ ‘문화판’은 어떻게 ‘문화산업’이 됐나, CJ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만들었다

[CJ 문화투자 30년]③ '문화판'은 어떻게 '문화산업' 됐나, CJ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만들었다
▲ 한국 영화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영화산업과 비교하면 구멍가게에 불과할 정도의 조그마한 시장이었다. CJ그룹이 1995년 문화산업에 발을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이 육성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포스터. < CJENM >
[비즈니스포스트]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판은 배급사의 숫자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기대작을 개봉한 직후라면 배급사들은 서로 관객 수를 알리기 바빴다. 배급사들은 서로 ‘내 영화가 1등’이라고 주장했다. 1등 자리를 놓고 2~3개 회사가 ‘내가 1등’이라며 다투는 볼썽사나운 촌극이 따로 없었다.

지금처럼 일별 박스오피스를 제공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배급사와 영화관이 각자 수집한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개봉 첫 주 1위’라는 이름표가 흥행을 결정짓기에 이들의 ‘선한 의지’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극장 관객 수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진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영화산업의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믿을만한 흥행 통계가 있어야 관련 지원이 가능하지만 너도나도 관객 수를 뻥튀기하는 바람에 영화의 제작과 배급 등 유통구조는 모두 왜곡됐다.

그나마 영화진흥위원회 주축으로 2003년 통합전산망을 구축하면서 관객 수 투명화 논의가 시작됐고 이는 2010년대 들어서야 정착됐다.

‘판’으로만 불리던 영화계가 어느덧 ‘산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CJ그룹 역시 영화판이 영화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5년, CJ그룹이 콘텐츠 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문화산업에 뛰어들었을 무렵 한국 영화계는 글로벌 영화산업에 명함도 내밀기 힘든 초라한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 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평균 5억 원에 불과했으며 전체 제작 편수도 60여 편에 그쳤다. 할리우드의 평균 편당 제작비 150억 원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합리적 규모의 자본 없이 성장이 불가능한 척박한 환경이었다. 영세하고 낙후한 제작배급 시스템도 문제였다. 

CJ그룹의 영화사업 진출은 이런 측면에서 영화판을 영화산업으로 육성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CJ그룹은 제작 관행 선진화를 바탕으로 영화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혁혁한 공을 들였다. CJENM을 주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영화판에 제작과 배급,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서 언급한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토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제도적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1년 영화산업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표준근로계약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저임금·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등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영화판의 관행을 깨뜨리는 시발점이 됐다.

CJENM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CJENM은 2013년 메인으로 투자배급하는 영화 작품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2014년 관객 1425만여 명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제작해 성공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 영화인데 CJENM의 전신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CJ 문화투자 30년]③ '문화판'은 어떻게 '문화산업' 됐나, CJ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만들었다
▲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과 관련해 표준근로계약서대로 찍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런 영화계의 제도적 선진화는 영화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됐다. (왼쪽부터) 기생충의 한국, 브라질, 프랑스 포스터.
영화산업의 제도적 발전은 영화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영화 ‘기생충’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표준근로계약을 지켜 영화를 찍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이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는 “기생충의 수상은 공정한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적인 수준의 높은 질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산업은 30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1995년 한국 영화시장 관객 수는 연간 5천만 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9년에는 2억2669만 명까지 급증했다. 2010년 이후 1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만 31편에 달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급성장은 ‘스크린쿼터제’와 관련한 목소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쉬리’의 흥행으로 영화계가 술렁였던 199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10~20%대에 머물렀다. 한국 영화산업을 유지하려면 일 년에 며칠, 또는 몇 편 이상의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 걸어야 한다는 스크린쿼터제에 목을 걸 수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흥행에 힘입어 한 때는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63%까지 늘어났다. 2010년 이후에도 꾸준히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를 사수하자거나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의 사라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데 이 역시 할리우드와 같은 선진 영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CJENM은 1997년 이후 모두 600여 편의 영화를 배급하며 시장의 제도 선진화와 활성화에 기여한 주요 플레이어다.

삼성그룹과 대우그룹 등이 영화사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IMF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던 것과 달리 CJ그룹이 30년 동안 문화산업 육성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CJ그룹의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은 영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티스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CJ그룹의 손길이 닿아 있다.
 
[CJ 문화투자 30년]③ '문화판'은 어떻게 '문화산업' 됐나, CJ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만들었다
▲ 엠넷에서 방송한 '슈퍼스타K'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 CJENM >
영상뿐만 아니라 음악산업에도 획기적인 어젠다 진행

지상파 방송이 도전하지 못했던 ‘오디션’이라는 포맷을 도입해 음악 아티스트 발굴에 뛰어든 첫 주자가 바로 CJ그룹이었다.
 
2009년 방송사 엠넷에서 방영을 시작한 ‘슈퍼스타K’는 여전히 회자되는 화제작이다.

케이블방송이 시청률 2%를 기록해도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던 시기에 등장한 슈퍼스타K는 시즌2 방영 시기 시청률 18%를 넘나들었다. 방송가의 대세라는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쇼미더머니’,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보이즈플래닛’, ‘아이랜드’ 등 CJ그룹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오디션 시리즈는 슈퍼스타K의 흥행에 힘입어 나온 일종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발굴된 아티스트도 적지 않다.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인 서인국씨는 음악뿐 아니라 배우 등 종합엔터테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허각과 존박,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장범준), 로이킴, 박재정, 곽진언, 김필 등도 슈퍼스타K이 낳은 스타들이다.

쇼미더머니를 통해서도 래퍼 비와이, 이영지 등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가수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든 주인공도 CJ그룹이다.

CJ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마마어워즈’는 2010년 마카오를 시작으로 2011년 싱가포르, 2012년 홍콩 등 아시아 다양한 지역으로 개최 장소를 확장하며 글로벌 시상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베트남과 일본, 홍콩 등 3개 나라에서, 2018년에는 한국과 일본, 홍콩 등 3개 지역에서 열리며 글로벌 팬덤과 접점을 늘렸다.

2024 마마어워즈는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최돼 K팝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합 한류 페스티발의 성격으로 2012년부터 열고 있는 ‘K콘’ 역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첫 해 1만 명의 관객으로 시작했던 행사는 지난해 34만 명까지 급증했다. 현재까지 K콘이 전 세계 14개 지역에서 모은 오프라인 관객만 200만 명이다.

CJENM은 음악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적재산(IP) 기획력과 플랫폼, 매니지먼트 등 세 가지 역량을 강화해 음악 사업을 성장시키고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MCS라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

최신기사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지에프홀딩스 지주사 충족 위해 계열사 지분 사고 팔아
일본은행 기준금리 0.5%로 인상, 일본은행 총재 "금리 더 인상할 수도"
이재명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국내 수출 위기 직면, 선제적 대응 필요"
롯데웰푸드 대표 두 번째 임기 이창엽, 내수 침체에 빼빼로 들고 해외 개척
한화오션 작년 영업이익 2379억 내 흑자전환 성공, 매출 46% 늘어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14주 연속 내려, 도심권과 서북권 대폭 하락
미래에셋증권 "현대백화점 올해 실적 회복 강화, 지누스 턴어라운드 고무적"
LG엔솔 "올해 설비투자 3조 축소, 트럼프 정책에 시나리오별 대책 준비"
LG전자, 생활가전과 전장사업본부에 기본급의 470∼510% 성과급 지급
HDC현대산업개발 작년 매출 4.2조 제자리, 영업이익 1846억 내 5.5% 줄어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