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1-24 13: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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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걸 LF 회장의 승계 작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LF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전망의 핵심에는 LF로부터 인적분할된 신설법인 고려디앤엘이 있다.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조경회사로 LF의 2대 주주이다.
LF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온 고려디앤엘이 8개월 만에 지분 매입을 재개했다. 연초부터 적극적인 매입 행보에 나서면서 올해 본격적인 지분 확대를 통해 승계 작업의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4일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고려디앤엘의 LF 지분 매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고려디앤엘은 15일부터 6차례에 걸쳐 LF 보통주 4만2929주(전체 발행 주식 수의 0.14%)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은 기존 11.97%에서 12.11%로 늘었다.
이번 지분 매입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이뤄졌으며 매수 금액은 약 6억7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구성모씨 개인도 올해 들어 LF 주식 4만4187주(0.15%)를 사들였다. 구씨 개인 지분율은 1.80%가 됐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고려디앤엘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올해 LF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지분 매입이 LF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공격적 매수 전략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구본걸 회장은 1957년 생으로 올해 만 67세. 승계 논의가 본격화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구 회장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구성모씨의 LF 지분율은 1.8%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0.62%포인트 증가했으나 승계 구도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주주인 구본걸 회장은 19.11%, 3대 주주인 구본순 전 LF 부회장은 8.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이 연초부터 LF 지분율을 확대해나가며 승계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LF >
구성모씨가 승계 구도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의 핵심 요인은 바로 고려디앤엘이다.
고려디앤엘이 보유하고 있는 LF 지분은 12.11%로 LF 2대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는 구성모씨로 지분 91.58%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8.42%는 구본순 전 부회장의 딸 구민정 씨가 소유하고 있다.
현재 보유 지분을 기준으로 따져볼 때 구성모씨는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 지위를 통해 구본걸 회장 다음으로 LF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구본걸 회장의 LF 지분 19.11%가 구성모씨에게 넘어갈 경우 LF 지분의 3분의1 가량을 구성모씨가 보유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LF의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이 2022년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주요 사업은 조경공사, 조경관리, 원예 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매출 대다수가 이른바 범LG·GS그룹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총 계약 금액 566억 원 규모 조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60%가량인 340억 원 규모가 LG사이언스파크(36억 원), 산성역 자이 푸르지오(127억 원) 등 GS그룹과 LG그룹에서 물량을 지원받았다. 고려디앤엘은 2023년 LF그룹 계열사 7곳에 1억6480만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분할 당시 법인명은 고려조경이었으나 같은 해 10월 고려디앤엘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고려디앤엘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에서 구성모씨로 변경됐다. LF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지분 이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려디앤엘은 인적분할 당시 LF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LF 지분 6.18%를 승계한 뒤 꾸준히 LF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확대해왔다.
비상장된 가족회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경영권 승계 방법 가운데 하나다.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비상장사의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모씨의 승계설은 2023년 9월 구성모씨가 LF 신규사업팀 매니저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경영 수업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당시 LF 관계자는 구성모씨의 입사를 인정하면서도 LF 경영에 직접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구성모씨가 LF를 퇴사한 이후 유학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며 승계와 관련된 소문은 잠잠해진 상태다. 다만 올해 초부터 고려디앤엘을 중심으로 LF 지분 매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구성모씨의 LF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오너 2세나 3세가 회사에 입사한 이후 유학을 떠났다가 다시 복귀해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는 국내 대기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구성모씨 역시 이와 유사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LF 관계자는 “현재 구성모씨는 퇴직 이후 유학을 떠난 상태”라며 “회사 복귀 여부에 관련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구성모씨는 1993년생으로 할머니 홍승혜씨와 아버지인 구 회장으로부터 2020년에 지분을 증여받았다. 현재 LF 지분 1.8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의 지분까지 합치면 LF 지분 13.91%를 확보한 셈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