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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올드 CEO들, 성공할 수 있을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8-19 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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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한 올드 CEO들, 성공할 수 있을까  
▲ 왼쪽부터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소진세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총괄사장

재계에 ‘올드보이’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45년 가신’으로 불리는 김연배 부회장을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앉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야전사령관’이었던 최길선 전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으로 다시 들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정기인사에서 일선후퇴했던 소진세 사장에게 롯데그룹 대외협력과 홍보를 총괄하는 자리를 다시 맡겼다.

모두 위기 속에서 선택된 복귀였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흔히 인사가 동원된다. 이때 과거 인사의 복귀와 새로운 인물의 등용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이들 기업들은 이 기로에서 모두 올드보이의 복귀를 결정했다. 변화보다 경험에 기반한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새 인물의 발탁이 부를 수 있는 위험성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위기가 절박하다는 상황판단이기도 하다.

문제는 올드보이들이 과연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 인사들은 올드보이의 경험이 발휘될 경우 안정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일선에서 오랫동안 떠나있다가 복귀할 경우 향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 분야의 오랜 전문가조차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드보이의 복귀는 결국 오너에 대한 충성을 보상하는 것에 불과하며 결과적으로 오너의 구상을 충실하게 경영에 반영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느 쪽이 맞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 퇴임한 지 5년 된 최길선을 다시 불러들인 까닭

현대중공업은 12일 최길선 전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다시 불렀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떠난 지 5년만이다.

최 회장은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과 ‘투톱체제’로 현대중공업의 적자탈출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의 복귀를 두고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도 최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잘 아는 만큼 실적개선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표를 맡았던 만큼 회사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최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최 회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조선 전문가’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해 1972년 현대중공업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12년 만에 임원이 됐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장을 역임했다.

최 회장은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했다. 2000년대 국내 조선업이 세계 1위에 오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조선협회장과 플랜트협회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돼 군산 조선소 일자리가 줄어들자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났다. 최 회장은 “회사에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3년 후배인 이재성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재성 회장은 ‘기획통’으로 통한다.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 실장으로 일했고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이재성 회장의 현장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 회장의 약점을 현장에 능통한 최 회장이 보완해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선박사업본부 영업총괄 부사장은 조선해양플랜트산업CEO 간담회에서 “이재성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현재처럼 현대중공업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최길선 회장은 조선, 해양, 플랜트에 중점을 둔 업무를 맡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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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

◆ 최대 위기 현대중공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규모 적자를 내는 수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입찰 전에 수익성을 검증하는 위원회도 만들었다.

임원들은 지난 6월부터 직급에 따라 10~30%가량 급여를 반납했다. 희망퇴직이 권고될 것이라는 말들이 돌면서 19년 만에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 60조 원 가량에 영업이익 8090억 원의 실적을 냈다. 부채비율도 112.6%로 높지 않았다.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다양한 사업영역을 확보했다.

그런 현대중공업이 올해 2분기에만 영업적자 1조103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조선업이 중국과 저가수주 경쟁에서 밀린데다 해양플랜트부문 경험이 부족해 공정이 지연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위기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타이틀에 집착하면서 야심차게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 발목이 잡혔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보니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맨손과 투지’를 강조하는 현대중공업 특유의 기업문화도 실적악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성공에 도취돼 폐쇄적 인사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변화에 무감각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현대중공업 위주로 수직계열화된 탓에 다양성과 혁신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최대주주인 정몽준 고문이 경영일선에 나서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도 위기의 원인으로 기업문화를 지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현재의 위기는 적자가 아니라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의 역량과 열의를 총동원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중심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은 공정이 지연돼 생기는 손실을 최대한 만회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중공업은 19일 담화문을 통해 “강도 높은 감량경영을 실천할 것”이라며 “회사는 모든 비용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강도 높은 원가절감계획을 추진하고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 개편과 운영을 통해 우리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연배는 왜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돌아왔나

김연배 부회장이 11일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내정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이라는 직책과 함께 직접 경영을 관장하는 대표이사 책임도 맡게 됐다. 이번 인사로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의 금융부문에 대한 의사결정을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인사를 놓고 “실적부진과 구조조정 등 한화생명의 상황이 좋지 않고 전망도 밝지 않다”며 “금융전문가인 김 부회장의 리더십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금융부문 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금융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68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2002년 대한생명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맡아 추진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초 자유의 몸이 된 뒤 한화그룹 제조부문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휘해왔다. 김 회장은 화학과 태양광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기업을 매각하고 화학과 태양광 사업 중심으로 여러 회사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김 부회장을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보내 한화그룹 금융부문의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그룹 안팎에서 오너에 대한 김 부회장의 충성이 김 부회장이 이런 역할을 맡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김 부회장은 오랜 기간 김 회장의 ‘2인자’로 자리매김해왔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자 최측근이다.

김 부회장은 대한생명 인수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김 부회장이 “회장을 대신해 처벌받은 것”이라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김 부회장은 복역 후 김 회장으로부터 12억 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2007년 옥중에서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한화그룹 직원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이 책과 함께 중국인 컨설턴트가 쓴 ‘충성의 힘’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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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7월 한화큐셀말레이시아 공장을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태양광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위기에 빠진 한화 금융부문 구할까


한화그룹의 금융부문의 상황은 좋지 않다. 저금리 기조로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 단기간에 수익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험금을 내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받아가는 노령세대가 늘어나는 것은 생명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지난 4월 5년 만에 희망퇴직 등을 통해 임직원 300여 명을 줄였다. 전체인력의 6% 이상을 한꺼번에 구조조정한 셈이다.

한화손해보험도 지난해 말 10년 이상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10년 제일화재 합병 이후 4년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되자 보험사들이 수익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1980~1990년대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며 항아리형이 된 불균형적 인력구조를 바로 잡아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내부에서 김 부회장이 금융부문을 총괄하면서 대외업무를 맡고 차남규 사장이 한화생명을 책임지는 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아직 정확한 역할분담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금융부문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연배 부회장이 한화그룹 금융부문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이 제조부문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듯 금융부문에서도 김 부회장을 통해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김연배 부회장과 차남규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가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으로 어려운 보험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가 옛 ‘유통 3인방’ 소진세에 중책을 맡긴 이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소진세 사장을 구원투수로 불렀다. 제2롯데월드 개점지연 사태와 롯데홈쇼핑 비리 등으로 악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8일 ‘대외협력단’을 따로 꾸려 소진세 사장에게 맡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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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
소 사장은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롯데슈퍼와 코리아세븐 총괄사장으로 발령이 나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형식상 승진이었으나 두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사실상 일선후퇴였다.

소 사장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와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와 함께 ‘유통 3인방’으로 불렸다. 소 사장은 신헌 전 롯데쇼핑 사장이 물러나면서도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했다.

신 회장은 불과 7개월 만에 소 사장에게 다시 중책을 맡겼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산하에 기존 커뮤니케이션실과 별도로 대외협력단을 만들어 소 사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소 사장은 커뮤니케이션실 업무도 동시에 관장하기로 정리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에 변화가 필요했고 대외업무 부문에 소 사장이 적임자로 판단됐다”며 “소 사장은 업무를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룹의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소 사장을 제2롯데월드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언론들과 적극 소통하는 ‘해결사’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로 롯데그룹에 한평생 충성해온 소 사장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 사장은 1977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38년 동안 롯데 유통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그는 스스로를 ‘유통분야의 산증인’이라고 표현하는 등 자부심을 갖고 있다.

소 사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같은 대구고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소 사장은 롯데그룹 내부에서 마당발로 통했다.

소 사장은 저돌적 경영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모교 강연에서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본인만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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