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일단 성공, MBK·영풍 무효소송 예고에 승패는 법정서 판가름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1-23 22: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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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MBK와 영풍 연합 측이 이번 주총 결과 무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최종 승패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측이 임시 주총 하루 전인 22일 '회심의 일격'으로 내놓은 손자회사 SMC의 영풍 지분 인수로 이번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이날 주총은 고려아연 측이 원하는대로 이뤄졌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최종 승패는 법정 소송에서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2024년 10월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의 적대적M&A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MBK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SMC를 동원해 영풍 지분을 인수한 것은 순환출자로 위법이며, 위법한 의결권 제한에 따른 이날 임시 주총 결의사항도 모두 무효라며 무효 가처분 소송 등 각종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최종 경영권 분쟁의 판가름은 법정에서 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과 신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 고려아연 측이 MBK-영풍 연합에 완승을 거뒀다.
이날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은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7인을 모두 이사회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안건, 집행임원제도 도입 안건 등 2건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부결된 안건 가운데 집행임원제도 도입은 MBK-영풍 연합이 제안한 것이었다.
MBK-영풍 연합이 낸 집중투표제 의안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1일 법원이 인용했을 때만 해도 연합측 우세를 점치는 전망이 많았다. 지분율도 MBK-영풍 연합이 약 6% 앞서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MBK-영풍 연합 측 대리인들은 주주총회가 개회하자마자 의결권 제한 결정에 분통을 터뜨리며 해당 결정의 법리적 검토를 위해 주주총회 연기를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받아들여 주총 연기 여부를 표결에 부치기로 했는데, 해당 표결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자, MBK-영풍 연합 측 대리인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고려아연 측은 주총 연기 표결을 철회하고 곧바로 주주안건 표결에 들어갔다.
MBK-영풍 연합은 이에 반발하며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고, 이후 이어진 안건 표결에서는 고려아연 측 안건이 대부분 무난히 통과됐다.
표 대결은 최 회장 측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선메탈코퍼레이션의 영풍 지분 인수가 임시 주총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주총 결의무효·부존재확인 등의 각종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경영권 분쟁을 법정으로 끌고갈 것을 예고했다.
이날 주총 도중 한 영풍 측 대리인은 "모든 안건의 통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결정을 단 2시간 만에 내린다는게 말이 되냐”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호주 회사가 한국 회사의 지분을 샀고, 의결권 행사가 제한받는다는 통보를 주주총회 전날 받았다. 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양측 주장대로라면 법적 쟁점은 의결권 제한의 시작점인 선메탈코퍼레이션이 국내 상법상 상호주 규제 적용 대상인지 여부다.
▲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연합 측은 고려아연 측의 기습적 영풍 지분 인수 시도를 비난하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적이고 부당한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선메탈코퍼레이션이 '외국회사'이며 '유한회사'인 점을 들어 상법상 상호주 소유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영풍-MBK 연합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상호주 제한 규정은 외국회사라도 국내 회사에 관한 것이면 적용될 수 있고, 선메탈코퍼레인션은 유한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고 주장했다. 또 외국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의 영풍 지분 취득은 국내 공정거래법상의 순환 출제 문제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경영진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 주주총회 결과를 비롯해 최근 여러 현안을 설명하는 경영진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고려아연이 더 좋은 회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더 많이 투자할 의향이 있는데, 일부 드러난 문제점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