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MBK·영풍 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관한 법원의 결정을 두고 집중투표제 도입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과는 무관한 사항”이라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을 때 이에 따라 이사를 선임하는 이른바 ‘집중투표제 도입 조건부 이사선임 안건’에 관해서는 법조문에 근거 규정이 일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란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다.

주주들이 후보들에게 투표할 지분을 배분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이날 법원은 MBK·영풍 연합 측이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관해 일부 인용 및 일부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1-1호 의안)이 가결될 때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2호 및 3호 의안)의 상정을 금지해달라는 연합 측의 신청은 인용했다.

반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의 가결 여부와 상관 없이 보통결의 요건에 의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4호 및 5호)을 상정해달라는 신청은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23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과 상관이 없는 만큼 소수주주 보호 및 권익 증대라는 당초 취지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시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외에 △이사 수 상한(19인) 설정 △집행임원제 도입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여러 방안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도입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 소액주주연대 등의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핵심 기술진 및 노동조합, 임직원이 뜻을 모아 투기적 사모펀드와 적자 제련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투기적 사모펀드 이익회수의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사 선임이 기존 과반수 득표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MBK·영풍 연합 측이 경영권 장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특정 이사에게 의결권을 집중해서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의결권 지분율이 적은 상황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계산을 세웠었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MBK·영풍 연합 측이 추천한 14명 전원이 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7명의 이사는 선임되기 어려운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예상되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연합 측 14명으로 연합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다.

양측의 지분율(의결권 기준)을 보면 MBK·영풍 연합은 46.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40%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