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발행한 ‘오피셜 트럼프(TRUMP) 코인’과 ‘멜라니아(MELANIA) 코인’이 화제가 되며 ‘밈코인’ 열풍이 일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농담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밈코인은 다른 코인과 다르게 특별한 사업모델이나 기술력보다 화제성과 재미를 추구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각각 ‘오피셜 트럼프 코인’(왼쪽)과 ‘멜라니아 코인’을 발행하며 가상화폐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 |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참여 문턱을 낮춰 가상화폐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 투기성 자산이 인기를 끄는 게 오히려 시장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인 마크 쿠반,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등은 트럼프 코인이 가상화폐 시장을 희화화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1일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오피셜 트럼프(TRUMP)’ 코인은 시가총액이 10조 원대를 오가고 있다.
한때 20조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수치지만 17일(현지시각)부터 거래를 시작했고 아직 전세계 일부 거래소에서만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여겨 볼 수치라고 평가된다.
19일(현지시각)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발행한 ‘오피셜 멜라니아(MELANIA)’ 코인도 시가총액 10조 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트럼프 코인과 멜라니아 코인은 모두 고유 기능이 없는 밈코인이다.
밈코인은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화제성에 영향을 더 받는 재미 중심 가상화폐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일론 머스크가 선호하는 가상화폐’로 유명세를 타며 가격이 급등한 ‘도지코인’이 있다.
밈코인은 복잡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분석하지 않아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가상화폐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된다.
또 개당 가격이 1억5천 원대를 오가는 비트코인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코인 1개당 가격이 낮게 형성돼있어 젊은 층이 접근하기 쉬운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는 리포트에서 “낮은 거래비용과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 거래과정 단순화로 일반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밈코인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밈코인의 이런 단순함이 투기성이 짙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일부 전문가는 밈코인이 구체적 사업 청사진이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단순히 유행 캐릭터나 인물을 활용해 이들이 화제가 되면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라 투자보다 투기에 가깝다고 바라본다.
▲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저자이자 투자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 코인 등이 시장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 |
또 유명인의 화제성을 등에 업고 발행되는 밈코인이 늘면 가상화폐라는 상품 자체의 사업성과 혁신성을 흐리게 해 시장 전체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억만장자 가상화폐 투자자인 마크 쿠반은 최근의 밈 코인 트렌드를 비판하면서 “이번 트럼프 코인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는 건 가상화폐 관련 적절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트럼프 코인과 같은 밈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전체 가상화폐 산업을 ‘농담’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저자로 알려진 투자자 로버트 기요사키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럼프 코인과 같은 유명인 토큰의 출현이 가상화폐 시장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밈코인 흥행이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되 투자자 보호와 거래 안전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바라본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된 시장 대신 자유 시장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앞으로 4년 동안 가상화폐 시장에서 밈코인을 더 관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좋든 싫든 그냥 받아들이고 다음 물결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이어져 온 가상화폐 관련 모호한 규제를 혁신해 시장 참여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