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보험사 인수, 증권업 연착륙 등 사업 확장의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고환율 등 악조건 속에서 안정적 자본비율도 지켜내야 한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4대 금융 중 상대적으로 처진 상태이기도 하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
쉽지 않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면서,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의 ‘밸류업’을 이뤄낼 수 있을지 안팎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5일 금융위원회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냈다.
심사결과는 규정에 따라 60일 안에 나온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범위는 곧 결정난다.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원장이 지난해 지적한 대로, 인수로 인해 우리금융 건전성에 무리가 가지 않는지 여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지난해 9월 “생보사 인수가 영업 확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위험이 정교히 반영됐는지에 관한 우려가 있다”며 “정기검사에서 자산 확장 과정의 우려 요인 등 전체 상황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도 안착시켜야 해 안정적 자본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했다. 우리종합금융과 증권사 라이센스를 지닌 한국포스증권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임종룡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했지만 포스증권 규모가 작아 당장의 실적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될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우리금융도 결국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하면서도 추가 인수합병과 증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임 회장이 취임하며 외부에서 영입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도 같은 의견을 내 왔다.
이밖에도 우리금융을 포함한 국내 금융지주는 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국과 미국 사이 기준금리 차이 등으로 환율이 높게 유지돼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결국 건전성을 사수하기 위해 15일 올해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보통주자본비율 제고를 위한 자산 리밸런싱’을 강조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다. 가장 순수한 자본으로 여겨지는 보통주자본을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매겨 산출하는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눠 계산한다.
지난해 ‘도약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로 설정하고 관련 전략을 제시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던 셈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도 위험관리에 보다 공을 들였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임 회장 시절부터 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성욱 부사장을 연임시키며 안정성을 더했고 지주 최고위험책임자(CRO)의 우리은행 CRO 겸임을 폐지했다.
우리금융은 2019년 출범한 이래 지주·은행 CRO 겸직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분리함으로써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 환경에 기민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는 지난해만 해도 금융당국 승인이 내려져 동양·ABL생명 인수가 확정됐을 때 우리금융이 안게 될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당초 시장 예상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5천억 원 가량에 인수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말 보고서에서 “‘스마트한 M&A’로 주주환원 여력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인수가액이 합리적 수준으로 결정돼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해 이익 잉여금이 늘어나 자본비율 하락 영향을 일부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다만 높은 환율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자본비율 하락 요인이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이같은 악조건 아래서 밸류업 계획을 지켜야 하는 셈이다.
▲ 우리금융지주 보통주자본비율 추이. <우리금융그룹> |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9월말 기준 11.9%로 임 회장 취임 이전인 2021년말(11.4%)이나 2022년말(11.6%) 등보다는 높아졌다.
다만 4대 금융 가운데서는 가장 낮고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제시한 2024년 말 목표인 12.2% 이상이 멀어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금융은 이 때문에 자산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업점에는 기업금융 관련 핵심성과지표 기준을 성장이 아닌 유지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업금융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고환율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