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저가 철강 피해 확산에도 정부의 관세 부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 업계가 감산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진은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산 저가 철강 피해 확산에도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지연되고 있다.
탄핵 정국 등 어수선한 정치 혼란 상황 속에서 정부가 국내 철강산업 피해에 늑장 대응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철강 업계는 생산량을 줄이며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15일 철강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적 경기침체에 더불어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경영 악화에 빠진 국내 철강 업계에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열린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선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 돌파를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철강 기업 대표들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박성희 KG스틸 대표이사 사장 등 철강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안 장관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민관 협력으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업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러면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출범으로 대미 통상 현안 대응에 주력하고, 철강 경쟁력 강화 방안을 올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최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발족했다. TF 산하에는 △경쟁력 강화 △저탄소 철강 △통상 현안 등 3개 분과위원회를 뒀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저가 중국산 철강의 국내 시장 범람으로 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었는데, 정부가 올해 들어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뒤늦은 대책 마련 발표에도 철강 업계는 가장 중요한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조속한 덤핑 판결과 관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불만을 떠뜨리고 있다.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1월로 예상했던 중국산 저가 후판 반덤핑 제소 예비조사 결과 발표가 2~3월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신년 인사회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반덤핑 관세 부과 문제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현재는 같이 토론하고 우리나라에 가장 이득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도출하는 시간"이라며 "올해 말 정도 돼야 결정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 경상북도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 공장 내부 모습. <포스코> |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총 877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6.05% 증가했다. 국내 판매되는 중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680달러(약 99만 원) 대로, 국산 제품에 비해 톤당 10만~20만 원 저렴하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산 철강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철강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줄줄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설 연휴 2주 전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천 2철근 공장은 13일부터 27일까지 가동을 멈추고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 포항 철근 공장도 22일부터 31일까지 멈춘다.
철강을 생산하는 인천 소형공장은 이미 지난 9일부터 생산을 중단했고, 오는 27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1월에만 7만 톤 규모의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 인사회 뒤 기자들과 만나 "우선 수주량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근생산 2위 기업인 동국제강도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야간에만 공장을 돌리며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춘데 이어 올해부터는 이를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제철소 2곳을 폐쇄하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약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포항 1제강공장도 폐쇄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