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친환경차 수출 신기록을 새로 쓴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에 따라 올해부터 주요 시장 친환경차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은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전경. <현대차 미국 법인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덮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다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 수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보호무역주의 부상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해 올해는 주요 시장 친환경차 생산 현지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합산 친환경차 70만7853대를 수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수출 기록인 전년보다 3% 증가한 것으로, 2020년 27만여 대와 비교하면 4년만에 2.6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 수준에서 지난해 32% 이상으로 늘었다.
그룹 측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조합(믹스) 개선, 지속적 제품∙브랜드 경쟁력 강화, 신흥시장 공략 등을 통해 지속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룹은 올해 보호무역주의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소비자 우위 시장 도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올해 주요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차 현지 생산 능력을 대폭 늘리며, 대외 환경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단단한 실적 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최대 시장이자 수입품 10~20% 보편관세를 검토 중인 미국에서는 올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지 첫 전용 전기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30만 대로 준공한 뒤, 추후 50만 대로 늘어난다.
그룹은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당초 계획과 달리 HMGMA에서 현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첫 모델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를 생산중이며,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도 올해 양산에 들어간다. 하이브리드 모델로는 연내 미국에 출시되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등이 이곳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35만6천 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34만 대 등 약 7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HMGMA 본격 가동으로 친환경차 생산능력만 30만 대가 추가된다.
그룹은 지난해까진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EV9(기아 조지아주 공장) 등 일부 차종 물량을 제외하곤 대부분 미국서 판매하는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했다.
또 기아 조지아주 공장은 올 하반기 대형 SUV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 양산에 돌입한다. 2019년 첫 출시된 북미 전략 모델 텔루라이드는 지금껏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왔는데, 연내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새로 추가된다.
그룹은 유럽에서 현대차 체코공장(HMMC)에서 '투싼' 하이브리드, 기아 체코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각 브랜드 최고 인기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만 유럽 현지 생산 전기차는 HMMC의 '코나 일렉트릭' 단 한 차종 뿐이다. 기아는 니로 EV, EV6, EV9, EV3 등 전기차를 유럽에 판매하고 있지만 전량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는 질리나 공장에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첫 생산 전기차는 준중형 전기 세단 EV4가 유력하다.
지난해 1~11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4% 뒷걸음쳤지만, 작년 9월엔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증가세로 돌아서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인도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체계를 가동한다.
현대차는 오는 17일 인도에서 열리는 '바라트 모빌리티쇼'에서 첫 현지 생산 전기차 '크레타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룹은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 특색과 높은 관세 등을 고려해 현대차는 1998년 일찌감치 인도 남부 첸나이 제1공장을 건설했고, 기아도 2019년 7월 셀토스를 생산하며 인도 아난타푸르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인도 첸나이 현대차 1·2공장 연간 82만4천 대,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 연간 43만1천 대 등 105만여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인도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현대차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1%에도 못미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부품을 수출해 인도에서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생산하는 현대차 코나 EV 시작 가격은 238만4천 루피(약 3900만 원),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으로 생산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시작 가격은 460만5천 루피(약 7580만 원)로 현지에서 판매 경쟁을 펼치기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크레타 EV 판매 가격을 200만~250만 루피(3400만~4200만 원)로 예측하고 있다.
크레타 EV는 2015년 출시한 현대차의 첫 인도 전략 SUV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이다. 기존 내연기관 크레타는 출시 9년이 지난 지난달 인도 전체 자동차 월간 판매에서도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타룬 가르그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크레타 EV는 현대차 인도법인(HMIL)의 첫 번째 현지화된 전기 SUV로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크레타 EV는 인도의 전기 SUV 품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인도에서 현대차 전기차 성공을 재정의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