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이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ES 2025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우호적으로 발언한 것은 전체 HBM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 나왔다.
HBM 공급 목록에 삼성전자를 추가함으로써 현재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 CNBC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 엔비디아에 HBM 공급에 실패하며 인공지능(AI) 붐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조5천억 원을 기록해, 런던증권거래소(LSEG)의 전망치인 7조7천억 원을 밑돌았다.
CNBC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 자리잡고, AI 붐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도 엔비디아 AI 반도체 ‘블랙웰’ 등에 탑재되는 5세대 HBM3E 인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MS 황 책임 연구원은 CNBC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25년 삼성전자의 성공은 엔비디아 인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몇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가 HBM 인증을 통과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HBM 인증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할 것이라 언급했고, 최근 열린 ‘CES 2025’ 행사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를 언급했다.
특히 지난 7일 삼성전자의 HBM 인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삼성전자가 HBM 메모리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일이 수요일인 것처럼 확신한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투자리서치 기업 모닝스타의 주식 리서치 디렉터인 카즈노리 이토 연구원은 CNBC에 황 CEO 언급에 구체적 시점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발언 목적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기존 HBM 공급사에 대한 가격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젠슨 황은 CES에서 삼성전자가 HBM을 재설계하고 인증을 받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것은 엔비디아가 삼성을 HBM 공급사 목록에 추가해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오르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