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자마자 연이어 터지는 악재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총파업에 이어 추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 지점에선 239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 정황이 드러나 김 행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냈다.
 
게다가 전현직 직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IBK기업은행의 실적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 행장은 ‘내부 출신’ 행장으로서 확보한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 전문성으로 IBK기업은행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행장이 임기 말년의 악재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IBK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10일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임금 문제를 사측이 해결해 주지 않을 때를 대비해 2월과 3월 중에 총파업을 추가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임금 인상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특별성과급 지급 △밀린 보상휴가(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27일에 첫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총파업뿐 아니라 법적 대응, 각 정당과 연계한 공론화 작업 등 단계적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쟁의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 집행부는 상황의 변화가 없으면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직원들의 불만을 잘 인지하고 있어 노조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IBK기업은행과 같은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가 총액인건비제도를 통해서 임금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행장의 해결 역량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도 “기업은행은 기재부와 금융위와 협의해야 하는 공공기관이다”며 “늘 노조와 성실히 교섭에 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볼거진 239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 이슈도 김 행장의 고민거리다.

서울 강동구 IBK기업은행 지점에서 2022년 6월17일에서 2024년 11월22일까지 부동산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불법 대출이 이뤄진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대출이 이뤄진 시기는 김 행장이 전무이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행장 취임 이후까지 걸쳐 있다. 김 행장에게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대출 사건이 IBK기업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의해 적발되기는 했으나 김 행장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끝나는대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10년에 걸쳐 진행된 법적 다툼도 김 행장이 최근 맞닥뜨리게 된 또 다른 악재다.

이번 소송은 2014년 전현직 직원들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임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대법원이 IBK기업은행이 승소한 2심을 파기환송하고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IBK기업은행이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패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IBK기업은행은 패소할 경우 소송금액 776억 원에다가 최소 연 5% 수준의 법정 지연이자까지 지급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천억 원대의 금액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김 행장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이번 소송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충당금도 쌓아놓고 보수 관련 규정도 새로 정비할 준비를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으로 지급금액에 대한 추정은 어려우나, 통상임금 소송 대응 TF팀을 구성하여 소송액 지급 관련 세부적 내용을 조율 중이다”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30년 넘게 기업은행에서만 일해 온 정통 ‘기업은행맨’이다.

기획 및 마케팅전략 부서를 거치며 은행 전반의 중장기전략과 경영목표 수립 및 평가 등을 담당한 전략 전문가로 평가된다.

1962년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났다. 대전상업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IBK기업은행에 입행해 전략기획부 미래혁신팀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전략부장, 부산울산지역본부장, 경동지역본부장을 지냈다.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과 경영전략그룹장(부행장)을 거쳐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캐피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IBK기업은행에 전무이사(수석부행장)로 복귀한 뒤 2023년 IBK기업은행장에 올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