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 위치한 쉐브론 주유소가 불탄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대형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기후재난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와이 대화재와 지금도 불타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산불 등 기후재단에 대한 석유기업의 책임이 인정될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하와이주 대법원이 하와이주 호놀룰루시 정부가 수노코, 엑손모빌, 쉐브론 등 석유기업들을 상대로 기후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호놀룰루시는 지난 2023년 9월 발생한 하와이 화재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강수량 변화 등이 화재 피해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호놀룰루시는 해당 소송을 통해 석유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채굴해 기후환경을 망가뜨리면서 큰 수익을 냈음에도 적법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정식 소송에 나섰다.
벤 설리번 호놀룰루시 기후변화·지속가능성·적응력 사무소 대표디렉터는 공식성명을 통해 "하와이 납세자들과 지역 커뮤니티는 기업들이 저지른 기후위기로 인해 막대한 피해와 이에 따른 비용 지출도 감내하고 있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하와이에서 벌어진 일은 하와이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우리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며 고 설명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로스앤젤레스 화재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주도 석유기업들에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6월 호놀룰루시와 비슷한 근거를 들어 엑손모빌, 쉐브론 등이 기후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연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해당 소송에서 기후피해 배상 여부 및 규모를 따질 때 이번 로스앤젤레스 화재 사태로 인한 피해도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칼럼을 통해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화석연료 기업들이 이번 로스앤젤레스 화재 사태에 미친 구체적 영향은 더 정확하게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이들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전 세계를 불태우고 있는 산불을 키운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기업들의 책임을 물으려는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의지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최근 공식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주 납세자들은 우리 지역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는 산불, 유독성 매연, 치명적 폭염, 기록적 가뭄에 수십억 달러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8일(현지시각) 퍼시픽 팰리세이드 일대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이번 로스앤젤레스 화재로 청구될 보험금 규모만 해도 약 200억 달러(약 29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화재 영향권 안에 있는 자산 규모가 약 2조 달러(약 2927조 원)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석유기업들이 각 지방정부 소송 결과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쉐브론과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호놀룰루시 소송에서 쉐브론 측 변호를 맡은 테오도어 바우트루스 변호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쉐브론은 기본 헌법 원칙과 상충되는 주법에 의거한 기후소송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며 "쉐브론은 건전한 에너지 정책을 이행하고 있으며 이같은 논쟁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역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 7일 로버트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클럽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텍사스주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했다.
엑손모빌은 성명을 통해 "본타 장관은 각종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가 사용하는 재활용 기술 등과 관련해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그가 주장하는 대로 가짜이거나 환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엑손모빌이 제기한 소송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선돌리기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쳤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번 명예훼손 소송은 엑손모빌이 그들 스스로 자행하는 불법적 행동으로부터 눈을 돌려놓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며 "본타 장관은 엑손모빌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열의를 갖고 수행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