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익진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이 롯데온의 흑자 전환을 위해 패션과 뷰티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표가 2024년 7월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VCM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박익진 롯데온 대표가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할인쿠폰 발행 등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영업손실을 키우는 것보다 외형을 축소하더라도 적자를 줄이는 것이 플랫폼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표는 패션과 뷰티를 롯데온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점찍고 이와 관련한 매출을 늘려 내년 흑자전환을 정조준하고 있다.
14일 롯데온에 따르면 현재 플랫폼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패션과 뷰티다.
패션 카테고리가 롯데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량이다. 2024년 10~12월에는 패션 카테고리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을 만큼 성장성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뷰티 카테고리 역시 롯데온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곳이다. 롯데온에 따르면 최근 3년 연속으로 성장률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과 뷰티는 다른 상품군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카테고리다. 모든 이커머스 플랫폼에게 공통되는 내용이지만 롯데온은 이 분야에서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후광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다져놓은 패션과 뷰티 상품기획(MD) 역량이 적지 않은 만큼 롯데온이 이를 활용하면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온은 이미 수 년 전에 패션과 뷰티 전문관인 ‘온앤더패션’과 ‘온앤더럭셔리’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조직에 패션실과 뷰티실도 신설했다. 각 실 산하에는 패션전략팀과 뷰티마케팅팀을 만들어 영업조직도 정비했다. 현재 롯데온은 각 실에서 일할 MD 인력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온 관계자는 “패션실 산하에 명품해외직구 조직도 있는데 성장세가 크다”며 “약 15만여 개의 해외 명품을 선보이고 있는 ‘럭셔리쇼룸’은 론칭 두 달 만에 롯데온 전체 명품 카테고리의 명품 신장률을 두 자릿수 이상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이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박익진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는 2023년 11월 롯데온 대표로 내정된 뒤 지난해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가 이커머스 업계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롯데온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를 놓고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매사추세스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공학도’다.
하지만 마케팅과 전략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시티은행,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ING생명, 롯데카드 등을 거쳤고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운영총괄책임자로 일했다.
사모펀드에서 일할 때 요기요와 SSG닷컴 등에 투자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이커머스 업계 이해도가 전혀 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박 대표가 롯데온에 부임한 뒤 추진했던 대표적인 전략은 ‘계열사 협업 강화’다. 롯데호텔과 롯데웰푸드, 롯데월드 등과 협업해 계열사 상품을 단독으로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기획전 ‘월간롯데’가 대표적인데 이를 통해 앱 트래픽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빠른배송’ 역량도 강화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부터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온다’를 선보여 과거 포기했다고 여겨졌던 빠른배송 체제에 다시 발을 들였다.
▲ 박익진 대표는 지난해 롯데온의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온다' 도입과 기획전 '월간롯데' 등을 추진했지만 매출 확대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온> |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롯데온의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을 높이지는 못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1~3분기에 매출 845억 원, 영업손실 615억 원을 냈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 규모가 4.7% 줄었지만 매출도 동시에 13.0% 감소했다.
영업손실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외형이 축소됐다는 점은 부정적인 신호로 읽혀진다.
롯데온이 지난해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뒀던 만큼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출의 감소 폭이 영업손실의 축소 폭보다 더 크다는 점은 향후 롯데온의 성장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온과 같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은 나머지 지난해 매출 후퇴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과 관련해 놓고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의 영업손실 축소 노력과 함께 재무구조 조정을 통한 순차입금과 순이자비용 감축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는데 이런 연장선에서 박 대표의 패션 및 뷰티 부문 강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 대표가 지난해 두 차례 롯데온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도 수익성 강화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롯데온은 지난해 서울 잠실에 있던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삼성동으로 사옥을 옮겼으며, 이익률이 낮은 상품군 구성비도 조정했다.
롯데온은 내부적으로 수익성 개선의 성과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보고 이르면 내년 흑자전환을 내다보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이 한창”이라며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상품 품목의 구성비를 조정해 영업이익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며 롯데온이 잘 할 수 있는 패션과 뷰티에 집중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