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1-1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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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과감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나이의 오너일가 인물이 다수 승진하거나 역할을 강화하며 능력을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 저성장과 정치적 불안, 산업 정책 변화로 기업 경영이 쉽지 않은 환경을 맞았으나 이들에게는 후계자로 경험을 쌓고 성과를 거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높이가 이전과 달라진 만큼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당연히 경영을 승계하는 시대는 끝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확실한 역량을 보여주고 전문경영인과 차별화된 ‘준비된 후계자’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만 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의 차세대 오너일가 경영자가 2025년에 맞이한 과제와 역할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부전자전’ 롯데그룹 신유열, ‘글로벌’과 ‘신사업’으로 3세시대 연다 ②KG그룹 2세 곽정현, KGM서 경영능력 증명 기회 노려 ③GS건설 허윤홍 오너경영 안정화, 건설업계 불황 터널 뚫는다
④‘합격점’ 받은 셀트리온 2세 서진석, 신약개발로 후계자 입지 더 넓힌다
⑤SK네트웍스 최성환, AI 컴퍼니 탈바꿈으로 ‘제2의 도약’ 노린다
⑥초고속 승진하는 오리온 담서원, 10여년 만의 오너경영체제 복귀 시동 건다
⑦한화생명 경영수업 10년, 오너3세 김동원 해외사업 성과 입증 총력
⑧경영 전면 나서는 호반그룹 김대헌, 성장 동력 확보 추진으로 신사업 행보 강화
⑨‘사촌경영’ LS그룹 3세대 부상, 2030년 ‘3세 시대’ 첫 회장 레이스 스타트
[비즈니스포스트] 오너4세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GS건설의 재도약을 위해 올해 ‘경영 안정’에 무게추를 둘 것으로 보인다.
대표 취임 전까지 신사업을 담당했던 허 사장은 올해 대표 2년차를 맞아 오너경영 체제를 안정화하면서 골 깊은 건설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핵심 사업역량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10대 건설사 유일 오너경영인으로 GS건설 내실 확보에 전력을 기울인다.
14일 GS건설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허 사장은 올해도 ‘현장’을 강조하는 기조 아래 브랜드 신뢰 회복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 사장은 대표 취임 첫해인 지난해 1월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현장을 찾아 시무식을 가진 데 이어 올해도 2일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공업용수도 건설공사’ 플랜트 현장에서 한 해를 시작했다.
지난해 주택 재건축 사업지에서 ‘자이’ 위상 회복 의지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플랜트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는 아버지 허창수 GS건설 대표이사 회장 때부터 이어진 ‘현장경영’ 철학이 투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허 사장은 2년 연속으로 핵심 사업 방향으로 ‘안전’, ‘품질’, ‘기본’을 내세웠다.
표면적으로 GS건설과 건설업계가 놓인 상황을 고려하면 허 사장이 2년째 현장에서 강조한 내실경영은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읽힌다.
허 사장은 2023년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GS건설 대표이사에 올랐다.
또 건설업계 전체로도 올해는 수년째 이어지는 경기 침체 탓에 사실상 모든 건설사가 강한 보수적 경영기조를 띠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만 10대 건설사 기준 7곳에서 새 대표가 취임했는데 대부분 신임 수장이 내실 기조를 천명했다.
다만 허 사장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한 오너경영인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내실경영 전략의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오너경영인은 기업의 사업계획을 세울 때 단기 실적에 예민한 전문경영인보다 더욱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할 수 있다. 중장기적 체계적 전략을 세워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더욱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허 사장은 지난해 실적과 수주 측면에서도 모두 2023년보다 나은 GS건설 경영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허 사장은 대표이사 2년차인 올해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모로 ‘안정’을 먼저 다져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건설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12조7485억 원, 영업이익 325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1% 감소하지만 인천 사고 보상 비용 및 강도 높은 원가 재점검 비용에 따른 영업손실 3879억 원을 극복하고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추정 영업이익률이 2.6%로 2022년 4.5%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나빠진 업황을 고려하면 대규모 영업손실 영향을 단번에 털어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미래 실적 기반이 되는 신규수주를 보면 건설업계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GS건설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수주 12조9610억 원을 내며 이미 연간 목표 13조3천억 원에 근접했다. 여기에 증권업계에서 추산한 GS건설의 10~11월 신규수주 5조7천억 원을 더하면 연초 세운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2024년 연간 수주목표를 대폭 초과 달성한 곳은 GS건설이 유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허 사장은 지난해 자이 리뉴얼, 조직개편 등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다.
허 사장은 지난해 건설업계의 큰 관심을 놓았던 자이 리뉴얼에서 새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나 로고의 대폭 변화 대신 브랜드의 방향성을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꾸며 신뢰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허 사장은 지난해 11월 자이 브랜드 리뉴얼 행사(자이 리이그나이트)에서 “자이 리브랜딩은 단순한 이미지 변화가 아닌 근본을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라며 “더욱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개편에서는 사업본부를 6개에서 3개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건설업의 기본인 건축·주택사업본부와 인프라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가 중심을 잡고 기존 신사업본부와 그린사업본부, 호주사업본부는 3곳 사업부에 통합되거니 실단위 조직으로 축소변경됐다.
최근 사업 측면에서도 지난해 1조7천억 원가량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 수주를 계기로 플랜트부문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GS건설은 올해부터 플랜트부문 연간 매출을 1조 원 이상으로 늘린 뒤 내년부터 최대 연간 2조 원 선으로 유지하는 정도의 수주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1월18일 서울 강남구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 '자이 리이그나이트(Xi Re-ignite)' 행사에 참석한 모습. < GS건설 >
이와 달리 GS건설 신사업의 대표격이었던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GS이니마를 앞세운 GS건설 수처리 역량은 허 사장이 직접 키워온 핵심 신사업으로 분류된다.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허 사장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스페인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GS건설은 50% 이상의 GS이니마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매각 규모는 1조 원 이상이다. GS건설은 GS이니마 지분 100%를 쥐고 있었는데 경영권까지 넘기는 것이다.
허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내놓은 신년사에서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허윤홍 사장이 업계 불황 속에서도 GS건설의 안정적 성장을 이뤄내면 차기 그룹 회장 후보군으로서 입지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GS그룹 주요 사업군인 에너지, 유통, 건설에서 4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허윤홍 사장도 GS건설 대표이사에 오르며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GS그룹은 오너들의 지주사 GS 지분율이 엇비슷한 가운데 오너 4세 가운데 1969년생으로 연장자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 2019년부터 핵심 계열사를 이끌며 승계구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어 1979년생인 허윤홍 사장이 GS건설 대표이사에 오른 뒤 허세홍 사장과 함께 차기 회장 구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GS그룹의 혁신 아이디어 경연행사인 ‘해커톤’에서도 주요 계열사 대표로서 허윤홍 사장과 허세홍 사장이 현장을 찾으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