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 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연초 대환대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지난해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여신 성장세에 힘을 붙였다. 올해도 금리 경쟁력을 토대로 수요몰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올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등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수요 확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부터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기존 1.20~1.40% 수준에서 0.58~0.74%로 낮아진다.
KB국민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이 0.58%로 가장 낮고 인하폭이 작은 우리은행(0.74%)도 절반수준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수료 인하로 더 낮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대출금액이 크다 보니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허들’이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서비스 최대 수혜자인 인터넷은행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새해 대출총량 한도가 갱신되면서 대출영업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담보가 확실한 주담대를 통해 여신사업 성장과 건전성 관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주가부양 과제가 지속되고 있고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핵심 사업인 여신 확대는 중요한 부분이다.
인터넷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 경쟁력이 있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면 이동 수요에 따른 (대출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2024년 1월 주담대 갈아타기가 가능해진 뒤 인터넷은행 대출 성장의 70%가량이 대환대출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주담대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여전히 시중 5대 은행과 비교해 대출 금리가 낮은 편이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 5년 변동금리 주담대 연 최저금리는 3.72%다.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 최저금리도 연 3.74% 수준이다.
▲ 카카오뱅크는 13일 기준 연 최저금리 3.72%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반면 KB국민은행(4.11%), 하나은행(4.04%), 신한은행(4.15%), NH농협은행(4.63%) 등의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 연 최저금리는 4%대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3.81%대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래도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금리가 조금 더 싸다.
신한은행 등이 신용도 등에 따라 붙이는 가산금리 하향조정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금리 차이가 좁혀질 수 있다. 다만 조금의 차이라도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쪽으로 이동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주담대 상품은 낮은 금리에 더해 중도상환 수수료도 아예 없다. 일단 대출을 갈아탄 뒤 나중에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다시 옮겨가는 데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대출의 편의성도 인터넷은행 주담대로 이동을 유인하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에도 이런 강점들을 바탕으로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덕을 톡톡히 봤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행된 2024년 1분기 신규 취급 주담대의 62%를 대환대출을 통해 확보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 잔액은 2023년 말 9조1천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12조5천억 원으로 3조4천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의 전체 여신 잔액이 4조2천억 원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주담대가 대출사업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2024년 3분기 말 기준 아파트담보대출 잔액이 5조7700억 원이다.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도입된 2024년에만 아파트담보대출이 60.2%(2조1700억 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주담대, 전월세보증금 대환대출 서비스를 등에 업고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지방은행을 추월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규모는 69조5097억 원으로 집계된다. 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은행과 iM뱅크 가계대출(69조4462억 원)을 소폭 앞질렀다.
연초 은행권은 지난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발맞춰 강화했던 규제들을 순차적으로 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최근 주담대 한도 규제 등을 완화해 대출 문턱을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생활안정자금 용도 주담대에 적용했던 1억 원 한도를 해제해 현재는 별도 제한이 없다. 주담대 최장 기간도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대출 거치기간을 최장 12개월로 다시 늘렸다.
현재 국내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없고 전월세보증금대출만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대환대출 서비스 시행 뒤 ‘오픈런’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엄청난 수요를 확인했다”며 “다만 정부가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주담대 확대를 두고 제약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