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대만 TSMC를 상대로 반독점규제 관련한 압박에 나서며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공장 가동을 순조롭게 시작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보조금 축소와 반독점 규제 등 여러 정책적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는 기조를 앞세우며 이들을 고객사로 둔 TSMC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공산이 크다.
워싱턴타임스는 13일 “트럼프 정부에서 TSMC를 대하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반도체 시장의 역학관계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TSMC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빼앗아 성장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앞세워 왔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 법안으로 TSMC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미국 공장 투자에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정책도 공격 대상이 됐다.
워싱턴타임스는 TSMC가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이 자연히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과 인텔 등 미국의 주요 고객사가 아닌 대만 TSMC에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워싱턴타임스는 미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도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만 침공 가능성을 높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점차 강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에 미국의 군사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애플과 AMD 등이 위탁생산을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TSMC의 미국 공장 가동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부담과 달러 강세, 조직문화 차이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정부가 66억 달러(약 9조7천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을 확정하고 세제혜택을 비롯한 중장기 인센티브를 약속한 점도 원활한 가동에 기여했다.
그러나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TSMC가 아닌 미국 기업들에 돌려주기 위한 정책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TSMC를 겨냥한 반독점 규제가 가장 위협적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활용해 미국 고객사들에 더 유리한 방향의 계약 조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타임스는 반도체 전문가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TSMC가 반독점 문제를 우려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엔비디아와 같이 독점 행위에 관련한 논란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올해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및 패키징 서비스 단가를 높여 미국 공장 가동에 따른 원가 상승을 일부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에는 더 비싼 위탁생산 비용을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돼 왔다.
TSMC가 세계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어 이러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이를 문제삼고 본격적으로 반독점 행위 조사와 제재에 착수한다면 TSMC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트럼프 정부가 TSMC와 중국 기업들 사이 관계를 문제삼을 공산도 크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규제로 TSMC와 직접 반도체를 거래할 수 없는데 최근 다른 기업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긴 정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TSMC는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빌미로 삼아 압박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TSMC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특정 기업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가장 효과적 방법은 경쟁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TSMC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아 파운드리 가격 책정이나 고객사 물량 수주, 수익성 확보 등에 제약을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이를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현재 미국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가동 시점은 예정보다 다소 늦춰졌지만 TSMC와 마찬가지로 첨단 미세공정 기술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다만 미국 기업인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정책적 수혜가 결국 인텔에 집중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TSMC보다 미국 기업들에 더 유리한 정책 방향을 밀어붙일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